약세 유로화 빌려 아시아시장 투기 조짐외환당국, 환율방어 위해 시장개입 ‘비상’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국과 영국 등 전 세계 주요 증시가 기념일로 휴장을 했음에도 전날보다 14원가량 오른(원화가치 하락) 1216.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1일에도 환율은 30원가량 급락한 1195.0원까지 떨어지다 돌연 상승세로 전환해 다시 10원 가까이 오른 1202.5원으로 장을 마감하기도 했다.
최근의 환율 급등락에는 그리스발 재정위기가 유럽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과 함께 유럽 경제의 양대 축인 프랑스가 과도한 재정적자로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영국 역시 긴축정책을 주도해야 할 예산장관이 최근 스캔들에 휘말려 사퇴하면서 재정긴축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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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저금리와 유로화 약세가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이 유로화로 자금을 빌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에 투자하는 ‘유로 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유로화의 가치가 한 달 동안 7.5%나 하락한 데다 기준금리도 1년째 1%에 머물면서 달러화, 엔화에 이어 유로화를 캐리 트레이드 통화로 쓰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단기간 이익을 내기 위해 한국에 투자되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경우 경기가 불안해지면 한꺼번에 빠져나가 환율 급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시아는 너무 많은 자금이 유입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쇄도하는 글로벌 자금은 아시아의 통화당국을 곤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높아질수록 국내로 유입되는 캐리 트레이드 자금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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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낮고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유로화를 빌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한국 등 신흥국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