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토야마 총리는 제주도를 방문하기 전 국립대전현충원을 들러 천안함 침몰사건의 희생자에게 헌화했다. 한중일 정상회의 시작 전에는 천안함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토야마 총리의 이 같은 행동은 많은 일본인의 목소리를 대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천안함’ 침몰사건은 중국에 치우쳐온 하토야마 외교를 수정하는 계기가 됐을지도 모른다.
주목할 점은 하토야마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응에 “매우 냉정하면서도 훌륭한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는 점이다. 이 찬사가 의미하는 바는 ‘북한의 폭거에 대한 한국 정부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만 북한과 어디까지 대결할지는 한국이 자기 책임하에 결정해야 한다’는 그 이상의 이하의 의미도 아니다. 다시 말하면 이 대통령의 ‘냉정한 지도력’을 기대한 언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이 같은 냉정한 대응에도 북한은 비무장지대와 북방한계선에서 군사도발을 지속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검열단 파견을 주장하고 한국 측 공식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간벌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북한의 도발이 전략적인 수준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이번 어뢰공격은 ‘전략적으로 막다른 길에 부딪힘에 따라 나온 전술적 군사행동’이라고 정의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북한의 강함이나 성공을 증명했다기보다 약함과 실패를 보여줬을 뿐이다.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군사도발을 저지하고 전략적인 양보를 강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에 강제해야 할 전략적 양보는 무엇일까. 6자회담의 틀 내에서 평화협정교섭을 개시하고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과 함께 단계적인 제재 해제라고 볼 수 있다. 그 어떤 군사적 도발에도 굴하지 않고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고 비핵화를 진전시키는 기본방침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
한미일에 중요한 것은 여전히 ‘전략적인 인내’다. 그것은 이 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군사도발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그에 상응하는 태세를 정비해 북한 정권에 변화를 재촉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토야마 총리가 찬사를 보낸 것은 그와 같은 확고한 지도력일 것이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