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수도권/아시아의 대형 쇼핑몰]홍콩-싱가포르 성공사례

입력 | 2010-05-25 03:00:00

‘최대 덩치’ 앞엔 ‘최고 입지’ 경쟁자도 맥 못춰



도시 전체가 거대한 쇼핑센터인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각 쇼핑몰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시설이나 매장을 들여와 고객을 끌어모은다. 홍콩 몽콕에 위치한 ‘랭엄 플레이스’(왼쪽) 실내에서는 길이가 83m인 에스컬레이터를 볼 수 있다. 4개 층을 한 번에 오를 수 있는 이 에스컬레이터는 쇼핑몰의 명물이 됐다. 싱가포르 오처드로드의 ‘오처드 센트럴’에 있는 케이크 매장(오른쪽)은 10∼30대 젊은이들 사이에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개장한 지 1년 된 이 쇼핑몰은 이색 식음료 매장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싱가포르·홍콩=서영수 기자


《총사업비 1조3000억 원, 총점포수 8360개. 건축면적 82만300m²(약 24만8000평). 서울시가 청계천 상인을 이주시키기 위해 건립한 송파구 장지동 ‘가든 파이브’의 규모다. 한국 최대를 넘어 동양 최대를 지향하는 쇼핑몰이지만 지금까지 실적은 규모를 따라가지 못했다. 완공한 지 2년이 되도록 입점률은 50%를 넘기지 못했다. 동아일보는 3회에 걸쳐 해외 대형 쇼핑몰의 마케팅 전략 등을 분석해 가든파이브가 시민들이 선호하는 쇼핑몰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봤다.》

홍콩 - 초대형 ‘하버시티’ 근처 쇼핑몰 고객 싹쓸이
싱가포르 - ‘아이온 오처드’ 낯선 브랜드 유치 차별화


6일 오후 4시경 홍콩 침사추이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하버시티’ 입구는 평일 낮부터 몰려든 쇼핑객들로 북새통이었다. 정문 앞에 놓인 커피전문점 테이블 약 10개에는 섭씨 29도의 덥고 습한 날씨에도 합석을 해야 할 정도로 자리가 모자랐다. 에어컨이 나오는 대형 실내 매장에 자리를 잡지 못해 할 수 없이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다.

○ 필요하다면 ‘내 것’으로

건물 외벽에는 루이뷔통, 구치, 샤넬 등 유명 명품 브랜드 로고가 큼직하게 붙어 있었다. 1∼3층을 터서 만든 초대형 브랜드 매장이다. 지갑부터 여행용 트렁크, 정장부터 반바지와 민소매 티셔츠까지 모두 있었다. 이 쇼핑몰의 매장 넓이는 대부분 약 66m²(20평) 이상이다. 18만5800여 m²(약 5만6200평)의 거대한 규모를 장점으로 내세워 최대한 다양한 상품을 갖췄다.

거대한 ‘덩치’는 그대로 경쟁력이 됐다. 경쟁 쇼핑몰이었던 인근 ‘뉴월드 센터’ 고객을 거의 모두 흡수했기 때문. ‘뉴월드 센터’는 홍콩 전통의 쇼핑거리 네탄가에 위치한 데다 지하철까지 직접 연결돼 ‘홍콩 최고의 입지’라는 평을 들었지만 지금은 폐점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입지가 최대 규모에 압도당한 것이다.

후발 주자의 경우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브랜드를 반드시 입점시키는 것도 주요 영업 전략이다. 2005년 몽콕에 개장한 ‘랭엄 플레이스’는 홍콩에서 인기가 많은 의류 브랜드 ‘H&M’ 매장을 들이기 위해 1층 입구 2곳 중 한 곳을 리모델링까지 했다. 지하철역 방향으로 난 입구를 통해 쇼핑몰로 들어가려면 H&M 매장을 무조건 지나가도록 입구와 그 주변 매장 4개를 모두 헐고 자리를 내줬다. 1998년 센트럴(中環)에 개장한 ‘IFC’몰 카림 N 아자르 부수석 매니저도 “개장 초기엔 유명 브랜드를 입점시키기 위해 일정 기간 임대료 자체를 받지 않는 전략도 썼다”고 말했다.

 홍콩 하버시티


○ “신생 쇼핑몰의 경쟁력은 ‘차별화’

3일 오후 3시경 싱가포르의 쇼핑 중심가 ‘오처드로드’. 29도를 웃도는 무더운 한낮에도 대형 쇼핑몰 ‘아이온 오처드’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평일 하루 평균 이곳을 찾는 인구는 약 15만 명. 전체 싱가포르 인구의 약 3.7%에 해당한다.

개장한 지 1년도 채 안된 이 쇼핑몰이 인기를 끈 이유는 뭘까. 회사 측은 “다른 쇼핑몰과 브랜드를 차별화한 점”을 꼽았다. 린성야오(林昇耀) 부사장은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와 프랑스 주얼리 브랜드 ‘쇼메’ 등은 모두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아이온 오처드에 매장을 냈다”며 “초기 개장 땐 전체 브랜드의 70%를 싱가포르에 없던 브랜드로 채웠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개장한 또 다른 쇼핑몰 ‘오처드 센트럴’은 ‘맛집’을 콘셉트로 내세웠다. 다른 쇼핑몰이 전체 매장의 25% 정도를 식음료 매장으로 채우는 데 비해 이곳은 식당 구성비를 10%포인트 높게 잡았다. 특이한 맛집이 많은 것도 이 쇼핑몰의 특징. 한국 외식 브랜드인 ‘놀부’ 매장도 입점해 있었다. 젊은이들이 일부러 케이크 등을 먹기 위해 들르는 디저트 가게도 들어섰다. 이 회사는 전 세계를 돌며 맛집을 찾아 입점 계약을 따내는 ‘푸드 컨설턴트’라는 직책까지 따로 둘 정도로 식음료 매장에 공을 들인다.

이런 맛집들이 개점 초기 쇼핑몰을 홍보하고 매장을 끌어들이는 데 효과를 내고 있다. 이날 오후 4시경 디저트 가게에서 케이크를 먹던 제니 체리 씨(30·여)와 제럴드 고 씨(28)는 “이곳의 케이크를 먹기 위해 자주 찾는다”며 “특별히 살 것이 없어도 음식을 먹고 나면 쇼핑몰 곳곳을 둘러보게 된다”고 전했다.

싱가포르·홍콩=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홍콩 랑햄 플레이스

■ 당국의 지원도 활발
거미줄 지하통로 건설
해외관광객 유치 앞장


홍콩과 싱가포르 쇼핑몰들이 엄청난 손님을 끌어 모으며 영업을 할 수 있는 데는 자체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관련 당국의 지원과 협조도 큰 역할을 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몇 해 전부터 오처드로드 지하에 거미줄 같은 지하도로를 연결하는 공사를 정부 주도로 벌이고 있다. 이미 건설된 지하통로를 통해 오처드로드에 있는 쇼핑몰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정부에서 지하 통로를 개발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쇼핑객 편의. 한낮 온도가 35도를 훌쩍 넘는 데다 대낮에 예보되지 않은 소나기까지 상습적으로 내리기 때문에 실외에서 돌아다니다가는 더위에 쓰러지거나 비를 맞기 십상이다. 지하 통로는 이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했다. 둘째는 쇼핑몰 간 ‘균형발전’이다. 벽마다 매장이 들어차 거대한 지하 ‘쇼핑몰’을 연상시키는 지하통로를 돌아다니면 쇼핑객들은 자연스럽게 크고 작은 쇼핑몰을 다양하게 오가게 된다.

홍콩도 한국관광공사에 해당하는 홍콩 ‘여유발전국(旅遊發展局)’이 다음 해 열릴 행사 계획을 모두 확정하는 연말이 되면 각 쇼핑몰 관계자들을 불러 할인판매 계획, 쿠폰발행 여부 등의 내용을 면밀히 조사한다. 이 내용은 그대로 발전국이 발행하는 각종 홍보책자와 홈페이지에 실린다. 발전국 관계자는 “행사 장소를 선정할 때도 쇼핑센터와 가까운 곳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홍콩=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 동영상 = 서영수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