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모시 오아 투니아’. 폭포 원류인 잠베지 강을 젖줄로 삼아 살아 온 원주민이 그들 언어로 불러온 이름으로, 풀이하면 ‘천둥이 울리는 물안개’다. 빅토리아 폭포를 보기 위해 항공기로 이곳을 찾은 여행객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수백 m 상공의 기내에서도 108m 아래 폭포의 용소에서 지상 100m 이상까지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거대한 물안개를 볼 수 있어서다.
이 폭포의 위용에 눌려 멍하니 섰다가 문득 이런 생각에 미쳤다. 저런 폭포가 그 흐름을 멈췄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상상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우리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일이. 물론 빅토리아 폭포는 아니다. 그 폭포는 우리가 이 폭포보다 더 잘 알고 더 친근한 나이아가라 폭포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빅토리아 폭포보다 낙차도 작고 폭도 좁지만 초당 낙하수량만큼은 2배 이상이다.
원인은 곧 밝혀졌다. 빙하였다. 나이아가라 강은 빙하호인 5대호 중 온타리오 호와 이리 호를 연결하는 물길이다. 5대호는 서로 연결돼 있고 그 물은 온타리오 호를 빠져나와 마지막으로 이리 호를 채운 다음 미국과 캐나다 국경인 세인트로렌스 강이 되어 대서양으로 빠져나간다. 이 사고는 온타리오 호에 남아있던 거대한 빙하가 쪼개져 생긴 얼음덩어리가 호수 출구를 막는 바람에 일어났다. 그리고 그 사실은 당시 미국 지리학회가 발간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보도됐다.
굳이 이 이야기를 지금 꺼내는 이유. 그것은 나이아가라 폭포의 멈춤에 담긴 대자연, 아니 세상의 메시지를 공유하고자 해서다. 당시 내셔널지오그래픽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그 거대한 폭포가 멈추고 난 뒤 바닥을 드러낸 강과 폭포는 거기 쌓인 온갖 더러운 것들로 그리도 추할 수 없었다’고. 그렇다. 우리는 아름다운 폭포와 강만 보고 감탄했지 그 바닥에 그리도 추한 모습이 감춰져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세상에는 변치 않는 것이 있다. 거짓과 가식이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그걸 증명해 준 실제 사례다. 저 나이아가라 폭포도 그 물 흐름을 멈추고 꼭꼭 감춰둔 바닥을 드러내는 마당에 어찌 인간이 저지른 죄와 잘못이 영원히 덮여질 수 있을 것인지. 난데없이 선거판에 뛰어들어 운 좋게 부동표나 훑어 모아 ‘운칠기삼’식 배짱으로 등록한 후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