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병’ 집자 “No” 했던 가게주인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기도 힘들었다. 한국어를 전혀 하지 못했던 나는 생수를 사려고 동네 슈퍼마켓에 갔다. 냉장고에서 2L 용량의 생수 6병을 꺼내 카운터에 올려놓았더니 가게 주인이 “안돼 안돼 안돼(NO! NO! NO!)”라고 외치면서 두 손을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나는 영어로 물을 사고 싶다고 말했지만 가게 주인은 생수를 가로채면서 “안돼(NO!)”라고만 말했다.
그렇게 서툴고 힘들었던 5년간의 서울 생활을 마치고 뉴질랜드로 돌아갈 때는 이 도시에 다시 오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무슨 인연인지 나의 서울 생활은 1999년에 다시 시작됐다. 불과 3년 만에 다시 찾은 서울은 달라졌다. 외국인을 대하는 서울 사람의 표정은 밝고 친근하게 변했다. 해외 금융과 비즈니스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가 눈에 들어왔다. 서울이 글로벌 시티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고나 할까.
여전히 아쉬운 점도 있었다. 방콕이나 싱가포르 같은 도시가 세계 언론을 통해 도시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비해 서울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아 해외여행객이 많이 찾지 않는 도시였다. 다행히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면서 서울은 세계 언론매체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서울도 해외에 도시를 알리는 노력을 시작하면서 CNN이나 BBC처럼 유명 언론에서 서울을 만나기가 낯설지 않게 됐다.
그래서인지 가끔 통화하는 고국의 친구도 서울로 여행 오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서울에 대한 관심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쩍 늘어난 것 같다. 해외에 서울을 알리는 데 다소 많은 돈이야 들었겠지만 내가 사는 도시가 해외 유명 방송에서 소개되고 세계인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나에게도 즐거움이었다.
더 매력적인 원더풀 시티가 돼있길
나는 서울이 맑고 매력적인 도시가 되기 위한 투자와 노력을 중단하지 말고 서울을 알리는 일을 계속해 런던 뉴욕 시드니와 같은 원더풀 시티가 되기를 바란다. 이제 11년간의 두 번째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국 뉴질랜드로 돌아가는 내게 서울은 별 생각 없이 떠났던 1996년 그때와는 달리 자꾸 뒤돌아보게 한다. 지금은 작별을 고하지만 언젠가 다시 찾을 제2의 고향 원더풀 시티 서울이여, 아듀!
레스 에드워즈 뉴질랜드 상공회의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