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대회 예선-본선對 중국 승률 31%에 그쳐이창호-이세돌 고군분투농심-비씨카드배서 체면세워
지난달 열린 LG배 세계기왕전 예선에서 한국과 중국 기사들이 대결을 펼치고 있다. 올해 한국 기사들은 중국 기사와의 대결에서 31%의 승률밖에 올리지 못했다. 사진 제공 한국기원
올해 비씨카드배 춘란배 농심배 후지쓰배 LG배 등에서 한중 대결의 결과는 사실상 참패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열린 LG배 예선을 살펴보면 중국에 대한 한국의 열세가 두드러진다. 한국 기사들은 1회전부터 줄줄이 중국 선수들에게 밀렸다. 1∼4차전에 걸쳐 66패를 당한 반면 25승(승률 27.4%)밖에 못 거뒀다. 한국의 승리엔 아마추어 선수들의 3승이 들어 있다.
광고 로드중
비씨카드배 예선 결승에선 5승 15패(25%)를 기록했다. LG배 예선 결승에선 8판의 한중전이 열렸다. 이 중 한국은 이희성 8단, 허영호 7단만이 승리를 거뒀고 나머지 6판은 패했다. 이 중 4판은 반집패였다. 아쉽다고 하기엔 실력차가 반영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본선에서도 한국 기사들이 밀리는 현상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월 말 열린 춘란배 16강에서 벌어진 한중전 4판에서 이창호 최철한 9단이 지고 이세돌 9단과 허영호 7단이 이겨 2 대 2의 호각을 보였지만 8강 중 6명은 중국 선수였다.
광고 로드중
한국은 올해 농심배와 비씨카드배에서 우승하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그나마 이세돌 이창호의 ‘원투 펀치’가 없었다면 낼 수 없는 성적이었다.
이세돌 9단은 중국 선수를 상대로 비씨카드배 4승을 포함해 6승 무패를 거뒀다. 이 중 중국 랭킹 1위인 쿵제 9단과 2위인 구리 9단이 포함돼 있어 순도가 높다. 이창호 9단은 농심배에서 중국 선수에게 3연승을 거두며 한국 팀에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일본 기사에게도 1승)을 안겼다. 하지만 이 9단마저도 LG배 결승에서 쿵제 9단에게 2연패를 당했고 춘란배 16강(구링이 5단), 후지쓰배 16강(추쥔 8단)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국내 2관왕(십단전 천원전)인 박정환 7단은 총전적으로는 5승 2패를 거뒀으나 비씨카드배 준결승(창하오 9단), 후지쓰배 16강(구리 9단) 등 결정적 대국에서 진 것이 뼈아팠다.
광고 로드중
정상급 기사들의 실력은 비슷하지만 신예로 내려갈수록 중국보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우세의 배경에는 중국 기사들이 집단 훈련으로 실전과 연구를 반복하면서 실력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또 국내에선 유망주를 일찌감치 입단시켜 프로 무대에서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국내외 프로대회 본선을 넘나드는 나현 박영롱 같은 유망주가 좁은 입단 문 때문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남아 있다. 이들이 입단 대회에 시달리다가 10대 후반에야 입단하면 대형 신인으로 자랄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