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모두 병(?)이 하나씩 있다. 공통적인 직업병은 식당 차림판에서 오자(誤字) 찾아내기이다. 이를테면 ‘육계장, 김치찌게, 모밀국수’같이 잘못된 표현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한다. 늘 정확한 표현을 쓰기란 쉽지 않지만 상황에 맞게 적확한 표현을 사용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법제처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가장 많이 느낀 점은 법령의 표현 중에 현재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이 많다는 것이다. 국민이 보기에는 어렵고 복잡한 말이 많다. 그러니 곤란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법령을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하는 우리 사회. 불과 수년 전과 비교해 봐도 사회의 가치관이나 패러다임은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한다. 그와 함께 변화하는 것이 말, 언어다. 한 해에도 무수한 신조어가 생겨난다. 시대적 흐름은 법제도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법과 제도가 정치 사회 경제를 반영하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제처는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법의 지배를 받는 인간이 아니라 법을 쉽게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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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일은 두 가지다. 먼저 사회현실에 잘 맞고 국민이 제대로 지킬 수 있는 좋은 법을 만드는 일이다. 다음으로는 국민이 법을 몰라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법을 알기 쉽게 만들고, 국민이 법령 정보를 손쉽게 얻어 이용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법은 정책을 담는 그릇이다. 국민이 손쉽고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명료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법위인(以法爲人). 법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민이 불편해하는 법령을 고치거나 없애고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법령,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법령, 국제화 시대에 맞는 법령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한다니 법 선진국에 대한 기대가 생긴다. 국민이 법을 잘 몰라서 위반하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을 줄이고, 전문적인 법률지식 없이도 일상생활에서 자신감을 갖고 대응하도록 만드는 일이야말로 진정한 법치주의의 실현이 아닐까 싶다. 지난달 25일은 47회를 맞는 법의 날이었다. 올바른 법을 만들고 집행하기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많은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지애 KBS 아나운서 법제처 홍보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