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림픽이 열린 즈음 상하이는 낙후된 도시였다. 서울의 1970년대처럼 주택이 모자라고 수세식 화장실을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엄청난 주택과 도시 인프라를 건설했다. 엑스포를 앞두고 이미 오래전부터 시가지를 새롭게 단장하고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다. 외국 은행과 다국적기업의 고층 빌딩이 즐비한 푸둥지구 건너편의 구시가지 쪽 강변 와이탄에는 새로 공원을 조성했다. 손님을 맞아 새로 단장한 상하이 시내를 관광하는 외국인이 서울보다 훨씬 더 많아 보였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될 때 많은 사람은 홍콩이 중국처럼 될까 봐 걱정했지만 지금 중국은 점점 더 홍콩처럼 보이고 있다.(존 나이스비트 ‘메가트렌드 차이나’)
불법영업 숙소에서 내몰릴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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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거주자나 관광객들은 지금 서울과 상하이를 어떻게 비교하고 있을까. 며칠 전 장기 투숙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드 레지던스(호텔식 주거시설)의 영업이 불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관련 법규를 충실하게 적용했을 것이다. 건축법과 공중위생관리법을 위반했다는 법원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불법 영업을 한 곳을 두둔하려는 것도 물론 아니다. 다만 이번 판결로 이곳에서 숙박하는 외국인과 관광객들이 갑자기 다른 숙소를 찾아야 한다면 서울에 대한 인상이 좋을 리 없을 것이다.
현재 서울에만 서비스드 레지던스라는 임대 주거시설이 5000실이 넘는다고 한다. 1997년께 처음 생겼으나 숙박료가 호텔보다 저렴해 외국인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었다. 서울 도심에 있는 시설은 인기가 높아 방을 구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런 숙박시설이 문을 닫게 되면 외국인들 간에 ‘방 구하기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관광 한국의 이미지에도 먹칠을 할 것이다. 관광 전문가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까 봐 걱정하고 있다.
그 많던 대책회의 뭘 논의했나
올해 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나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의료관광으로 서울을 찾는 외국인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들이 묵을 숙박시설이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0년 이상 외국인들이 사용했던 숙소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인데 관련 법규도 없고 아무 대책도 없다면 담당 공무원들은 그동안 뭘 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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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