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있게
“전자레인지에 노트북 넣지마세요”
황당문구로 소비자 시선 끌기
편리하게
종이외에도 온라인-리모컨 등 이용
생활지혜 같은 유익한 정보도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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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의 사용설명서는 업체와 고객을 잇는 징검다리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런 사용설명서가 최근 감각적이고 구체적으로 변하고 있다. 과거처럼 ‘하시오’ 식의 명령법, 한자로 된 어려운 단어, 추상적 내용으로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 노트북을 전자레인지에 넣은 까닭은?
‘김치냉장고에 학술 재료(의약·화학약품)를 넣지 마세요!’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최근 자사 김치냉장고 브랜드 ‘클라쎄’ 제품설명서에 이런 문구를 삽입했다. 한 소비자가 대우일렉의 김치냉장고에 실험실에서 쓰던 약품을 넣어 두었다가 나중에 꺼내 보니 변질됐다며 보상을 청구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우일렉은 그 소비자와 합의한 후 혹시 이런 사례가 또 있을까 봐 아예 이런 문구를 설명서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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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황당한 문구로 시선을 끄는 경우도 있다. 노트북 ‘빌립’을 만드는 유경테크놀로지는 ‘전자레인지에 노트북을 넣지 마세요’라는 주의사항을 추가했다. 고온, 화기 근처에 노트북을 가져가지 말라는 뜻으로 가장 화력이 센 전자레인지를 등장시켰다.
○ 만화로, 온라인으로… ‘즐기는’ 문화로 바뀐 설명서
사용설명서는 사회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최근 운전 중 통화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옴니아’에 ‘운전 중에는 제품을 사용하지 마세요’ ‘운전 중 제품 사용에 대한 관련 법규 또는 도로 안전수칙을 지키세요’ 등을 넣었다. 애플은 ‘가정용 쓰레기와 분리해서 폐기해야 합니다’라며 분리배출에 대한 주의사항을 아이팟과 아이폰 사용설명서에 포함시켰다.
사용설명서가 ‘소비자 프렌들리’로 변한 것은 제조물책임(PL)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다 문제가 생기면 제조업체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업체들은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해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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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최근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도 실험을 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아이리버가 지난해 내놓은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는 만화로 주의사항을 설명했고, 말투는 케이블TV 예능 프로그램인 ‘남녀탐구생활’의 ‘∼해요’체로 만들었다. LG전자는 유럽에 내놓을 스마트폰 ‘옵티머스’(LG-GT540)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알기 쉬운 스마트폰 사용법’을 주제로 한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었다. 소니는 ‘브라비아’ TV를 내놓으며 그때그때 궁금한 걸 리모컨으로 찾아보게 하는 ‘i-매뉴얼’ 기능을 TV에 넣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