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침몰-‘황장엽 암살조’에 새터민들 속앓이
뉴스 나올때마다 고개 못들어…공연단 예약취소-낯선 전화
“간첩의심 채용거부” 제보도…“北 가족은…” 생사확인 시름
“요즘 일거리가 너무 없어요. 탈북자라고 말하면 일단 경계부터 하니까….”
북한에서 음대를 졸업하고 성악가수로 활동하다 2001년 북한을 탈출해 2004년 7월 입국한 김영운(가명·34) 씨는 2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털어놨다. 프리랜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던 그는 요즘 일손을 놓은 지 오래다. 김 씨는 “다른 탈북자들과 공연단을 만들어 지방공연을 다녔는데 취소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며 “때가 때이니만큼 탈북자들의 공연이 부담스러운 모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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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또 “다수의 선량한 탈북자들이 오해를 사거나 의심을 받을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탈북자 위장 간첩 사건이 터지자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 그는 “요즘 신분을 밝히지 않는 이상한 전화가 많이 와 불안하다”며 “경찰도 이런 전화가 오면 각별히 주의하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NK지식인연대 등 탈북자 관련 단체에는 “조선소 채용이 예정돼 있었는데 설계도 유출 등의 간첩 행위가 의심스러워 채용을 거부당했다”는 등의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일을 하는 탈북자 송순영(가명·43·여) 씨도 요즘 고개를 숙이는 일이 잦다. 손님 대부분이 천안함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북한 소행인 것 같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송 씨는 “‘괜히 우리 때문에 저러시는 것 같다’는 생각에 미안한 감정이 들어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동료 직원들도 자신을 두고 수군덕대는 것 같아 마음속 얘기를 털어놓지도 못한다. 송 씨는 또 요즘 밤길을 절대 혼자 다니지 않는다. 탈북자들 사이에서 “탈북자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으니 밤에는 가급적 혼자 다니지 말자”는 얘기가 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익숙한 길이었는데도 막상 혼자 다니려니 무서워 남편이 날마다 데리러 오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가자 북한에 남기고 온 가족들이 간첩으로 동원될까 걱정하는 탈북자들도 늘고 있다. NK지식인연대의 관계자는 “탈북자 가족들을 협박해 간첩으로 내려 보낼까 봐 전전긍긍하는 이들도 있다”며 “북한에 남겨둔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탈북자들이 최근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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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