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 ‘눈가림’ 일자리 나누기대졸 채용 95곳중 42곳 묵혀두거나 자체 투자“구조조정 하라며 신입 충원 말이되나” 비판도
○ 유령 사원 월급 깎은 공공기관들
한국생산성본부는 지난해 연봉 3597만 원(성과상여금은 제외)인 대졸 초임을 2798만 원으로 799만 원(22.2%) 삭감했지만 대졸 신입사원은 뽑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도 2891만 원에서 15.4% 내린 2445만 원으로 대졸 초임을 깎았지만 대졸 신규 채용은 없었다. 뽑지도 않은 ‘유령 사원’의 임금이 깎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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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반되는 정책의 딜레마
노동계에서는 공공기관들이 대졸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것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선진화’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공공기관들로서는 정규직인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 것이 부담이 된다는 것. 실제로 한국중부발전은 2007년 92명, 2008년 11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했으나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드라이브를 건 지난해에는 뽑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사람을 줄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사람을 더 뽑으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면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발표한 정책 때문에 빚어진 부작용”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공공기관들이 기존 인력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복지부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대졸 신입사원의 연봉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기존 인력까지 감축하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 노동부 관계자는 “급여 수준이 높은 기존 인력을 줄이면 급여가 상대적으로 낮은 신입사원을 더 뽑을 수 있다”며 “공공기관들이 기존 인력 보호를 위해 움직이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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