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자와 공모 사채업자 끼고 CD 편법 발행분식회계-횡령 은닉에 악용… 17명 적발 5명 구속
신 씨는 명동 사채업자와 함께 은행을 찾아 사채업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했다. 은행에서는 만기에 지급할 이자를 뺀 CD 발행가 96억8600만 원을 송금 받은 뒤 액면가 100억 원짜리 무기명 CD를 발행해줬다. 그 자리에서 사채업자는 CD 원본은 자신이 갖는 대신 CD 복사본과 발행확인서를 1000만 원에 신 씨에게 넘겼다. 신 씨는 명의가 따로 적혀 있지 않은 CD 복사본과 발행확인서를 이용해 김 씨 회사의 자본금이 100억 원이 넘는 것처럼 분식회계를 해 시공능력 평가를 받게 했다.
사채업자는 곧바로 CD 원본을 평소 알고 지내던 H증권 신모 본부장(48)을 통해 2300만 원 할인된 가격으로 자산운용사에 팔았다. 이 과정에서 사채업자는 단 몇 시간 CD를 발행해준 대가로 이자 1000만 원을 받았고, CD를 팔아 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도 3700여만 원의 중개수수료를 챙겼다. 브로커 신 씨는 김 씨에게서 수수료 명목으로 받은 1억7000만 원 가운데 CD 원본 매각수수료 등을 제외한 1억2000만 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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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명의 CD 발행’ 비리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전현준)는 1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신 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채모 씨(56) 등 브로커와 회사 대표 등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이번에 적발한 이들 브로커에 의해 발행된 제3자 명의 CD의 액면가는 2700억 원대에 달했다. 전현준 부장검사는 “제3자의 CD로 자금력이 뻥튀기 된 회사인 줄 모르고 투자에 나선 선의의 피해자가 많다”며 “시공능력을 평가하거나 금융감독원에서 재무제표를 감사할 때 CD 사본이 아닌 원본을 반드시 확인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