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대 키워드로 본 오바마 핵태세 보고서
① 북핵위협 재확인
핵 사용범위 줄이면서도
한 - 일 핵우산 제공 유지
② 핵테러리즘 방지
핵물질 이동 규제 강화
안전 관련 구체적 조치
③ 핵무기 역할 감소
미국에 대한 핵공격 억지가
핵 ‘근본적 역할’임을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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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화학무기엔 핵대응 안해
부시 정부 정책과 차별화
⑤ 추가 핵실험 포기
핵무기 수 효율적 통제
러-중과 감축협상 추진
① 북한 핵에 대한 인식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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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 후 3개월 만에 만들어진 2002년 보고서에서는 북한 핵에 대해 더 강경했다. 당시 미국은 북한 이라크 이란 등 7개국을 선제 핵공격 대상국으로 삼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주창했던 선제타격의 유력한 대상국의 하나로 북한을 지목했다. 당시에는 ‘광범위한 위협(a wide range of threats)’을 억지하기 위해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못 박아 핵무기 사용 범위를 상당히 포괄적으로 만들어 놓았다.
올해 보고서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약속한 오바마 대통령의 실천 계획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부시 정부에 비해 미국의 핵무기 사용 조건을 대폭 제한했다. 미 역사상 처음으로 NPT에 가입해 의무를 이행하는 나라에는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② 핵 확산과 핵 테러리즘 방지
보고서는 핵무기 보유국이 늘어나는 것을 막고 테러리스트 그룹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핵 정책의 최우선 순위라고 규정했다. 핵무기 비확산 체제 구축을 정책 최우선 순위로 올려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인 핵 비확산 체제를 강화하고 핵물질의 안전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조치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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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진통 겪은 핵무기 역할 감소
‘2010 NPR’는 당초 3월 1일 발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3월 중순으로 미뤄진 뒤 결국 4월 6일에 발표되는 등 큰 진통을 겪었다. 관련 회의는 150차례 열렸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열린 것도 30차례가 넘었다고 한다.
내부 토론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대목은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와 새 핵무기 개발 중단에 관한 것이었다. 백악관과 민주당 지도부, 그리고 국방부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나라의 핵공격에 대한 억지적 기능을 미국 핵무기의 유일한(sole) 목적으로 규정할 것인지, 아니면 주요한(primary) 목적으로 규정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거셌다. 과감한 핵군축론자들은 유일한 목적으로 규정할 것을 주장했지만 국방부 등 군부와 보수진영에서는 반발이 많았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핵공격을 억지하는 것은 미국 핵무기의 근본적인(fundamental) 역할’이라는 표현으로 타협점을 찾아냈다.
④ 소극적 안전보장
보고서는 “NPT 회원국인 미국은 핵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는 핵 비보유국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위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NPT 회원국과 비회원국, 그리고 NPT 의무 이행국과 의무 불이행국에 대한 안전보장을 차별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생화학무기 공격을 받을 경우 핵 보복 공격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과 이란처럼 NPT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핵무기 개발을 추구하는 국가는 이 같은 ‘소극적 안전보장’ 대상에서 제외했다. 보고서는 “핵무기를 보유하거나 핵 비확산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나라들이 미국 또는 동맹국에 대해 재래식 또는 생화학 무기 공격을 가할 경우에 대비한 미국 핵무기의 억지적 역할은 여전히 수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⑤ 추가 핵실험 하지 않을 것
보고서는 미국이 앞으로 새로운 핵탄두 개발이나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안전하고 효율적인 핵무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안보전략에서 핵무기 역할이 줄어들지만 동맹국에 대한 확장 억지력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러시아와의 새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체결 이후 러시아와 전술 핵무기, 단거리 핵무기, 비배치 핵무기 등에 대한 추가 협상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핵 강국인 중국과의 협상 의지도 강조했다. 더욱 안정적이고 투명한 관계를 위해 러시아, 중국과는 고위층과의 양자대화를 추구할 뜻을 분명히 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