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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초계함 침몰]軍, 사고 직후 “50병상 준비하라”… 암흑속 밤샘구조 나서

입력 | 2010-03-27 03:00:00

백령도 주민들 “포 소리에 놀라 잠깨”
“자꾸 이런 일 생겨 걱정된다” 입모아




해군 구조작업 현장26일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하자 해군이 다른 초계함과 경비정을 긴급 출동시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침몰한 배의 구멍을 조사하는 절차 등을 거쳐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KBS TV 촬영

26일 오후 11시경, 조용히 잠들었던 백령도는 갑작스러운 포 소리에 잠을 깼다. 백령도 서남단 대청도 북쪽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던 초계함이 침몰하던 시간, 백령도 주민들은 포 소리를 들었다.

김정섭 백령면장은 “오후 11시부터 5분간 ‘펑펑’ 하는 포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김 면장은 “오늘 낮이나 오후 11시 이전에는 어떠한 사격이나 포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백령도 인근에서는 군의 사격훈련 소리가 쉽게 들린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최근에는 사격 연습이 별로 없어 포 소리를 듣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어두운 밤이었다. 김 면장은 “최근에는 사격연습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포 소리에 놀랐는데, 알아보니 초계함에서 바다로 뛰어내린 장병들을 구조하려고 공중에 조명탄을 쏘아 올리는 소리였다”고 말했다.

백령도 주민 박복춘 씨도 요란한 포 소리에 잠에서 깼다. 박 씨는 “펑 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며 “봄에 무슨 천둥 번개가 치는 건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창문을 열어보니 날씨가 흐리기는커녕 별이 창창할 정도로 맑아 천둥소리가 아닌 것을 알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 씨는 “밤에도 해병대가 훈련할 때가 종종 있지만 최근에는 조용했기 때문에 무슨 일인가 싶었다”고 전했다.

오후 11시 20분경 통화한 백령도의 다른 주민은 “11시경부터 포 소리가 드문드문 들렸고 11시 10분이 넘어서까지도 간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백령도에서 근무하는 군무원도 “오후 11시경 들린 포 소리는 조명탄을 쏘는 소리였다”고 말했다. 군무원들은 사건이 발생한 지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10시경 부대로 복귀해 뉴스 속보를 파악하며 대기했다. 군무원 아들을 둔 주민은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이 주민은 “아들은 벌써 부대로 가 대기하고 있다”며 “한밤중에 포 소리가 나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뉴스를 봤더니 그런 일이 있었더라”고 말했다.

해군 구조작업 현장26일 서해 백령도 인근에서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하자 해군이 다른 초계함과 경비정을 긴급 출동시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침몰한 배의 구멍을 조사하는 절차 등을 거쳐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KBS TV 촬영

외딴섬 백령도에는 밤이 빨리 온다. 밤이면 섬이 암흑에 잠겨 주민들은 일찍 잠자리에 든다. 잠에서 깬 백령도 주민들은 “워낙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심하게 동요하거나 불안에 떠는 건 아니다”며 비교적 침착한 반응이었지만 “자꾸 이런 일이 생기니 걱정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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