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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입적] 다비장 1만명 “화중생련… 불꽃속에 연꽃으로 피소서”

입력 | 2010-03-15 03:00:00

■ 순천 송광사 다비식 엄수
유언대로 사리 수습 안해… 유골함 길상사-불일암 안치
“정부 훈장추서 스님 뜻 안맞아”… 송광사측 “정중히 거절”



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13일 오전 전남 순천시 송광사 인근 조계산 자락의 다비장에서 열렸다. 1만여 명의 추모객이 스님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순천=이종승 기자


법정 스님은 육신의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사리도 수습하지 말라고 했다.

14일 오전 10시 전남 순천시 송광사 부근 조계산 중턱 다비장(茶毘場)에서 스님의 다비가 마무리되고 유골을 추리는 습골(拾骨)이 이어졌다. 다비를 시작한 지 24시간 만이었다. 10여 명의 스님이 독경하며 2시간 동안 습골을 마쳤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송광사 문중의 큰 스님들이 참석했다. 유골은 7개의 함에 나눠 담았는데, 5개 함의 유골은 이날 서울 성북동 길상사로 옮겨져 쇄골(碎骨·뼈를 부숨)했고, 2개는 스님이 기거했던 송광사 인근 불일암에 안치됐다. 송광사 주지 영조 스님은 “법정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다비와 습골을 진행하면서 최대한 조촐하고 간소하게 했으며 탑도 설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뼛가루를 땅에 뿌리는 산골(散骨)은 4월 28일 송광사에서 열리는 49재 직후 불일암과 스님이 살던 강원도 오두막 근처에서 한다. 육신은 사대(4大·흙 물 불 바람)가 화합한 것이라는 불교의 가르침처럼 스님도 자연으로 돌아간다. 추모 법회는 21일 오전 길상사에서 열린다.

법정 스님의 법구는 13일 오전 10시 다비를 위해 송광사 문수전을 떠났다. 송광사 안팎에는 3만여 명의 추모객이 법정 스님을 배웅했다. 다비장에는 1만여 명이 모였다. 오전 11시 40분, “스님, 불 들어갑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장작에 불을 붙이는 거화(炬火)가 이루어지자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스님, 불났어요, 어서 일어나세요”라고 절규하는 이도 있었다. 법정 스님의 상좌 덕현 스님(길상사 주지)은 1시간 동안의 다비식을 마치며 “역대 종사(宗師)들처럼 법정 스님도 불생불멸의 진리를 가르치고 가셨다. 불길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스님의 뜻을 기려 우리 마음속에 연꽃을 피우자”고 말했다. 덕현 스님의 제안에 따라 추모객 모두 스님의 가르침이 연꽃처럼 불 속에서 다시 태어날 것이라는 뜻의 ‘화중생련(火中生蓮)’을 외쳤다. 송광사 총무국장 진경 스님은 “법정 스님의 법구가 안치된 12일부터 다비식이 끝난 14일까지 3일 동안 5만여 명이 송광사를 찾아 법정 스님 입적을 슬퍼했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은 “법정 스님이 입적한 11일 정부가 스님에게 훈장을 추서하려 했으나, 법정 스님의 상좌 스님들과 송광사 문중에서 ‘주변을 번거롭게 하지 말라는 스님의 뜻에 맞지 않는다’며 정중히 거절했다”고 14일 밝혔다.

순천=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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