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가격 인플레와 경기 디플레가 일본경제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2008년 가을 금융위기 직후 급락했던 원유와 철광석 등 국제 자원 가격이 지난해부터 조금씩 오르면서 최종제품의 2차 원료인 소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원 및 소재 가격 상승이 비단 일본만의 현상은 아니지만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과자봉지 등 식품 포장에 주로 쓰이는 폴리프로필렌수지필름 제조업체들이 이달 들어 13%의 가격 인상을 발표했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합성수지 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올해 들어 이미 작년보다 85%나 급등해 소재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석유화학제품뿐만이 아니다. 건축자재로 쓰이는 철강 소재인 고철 가격은 지난해 가을 이후 20% 이상 올랐고, 화장지의 원료인 제지와 시멘트 가격도 각각 15%와 10% 이상 급등했다. 자원 가격 급등이 소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최종제품 가격 압박으로 내닫는 연쇄작용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과업체와 의류업체, 건설업체 등 최종제품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이 소재 가격 인상에 발끈하고 나섰다. 제품 가격을 낮춰도 물건이 팔리지 않는 극심한 디플레 와중에 가격을 올릴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