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반갑긴 한데….”
내년 중학교 2학년 기술·가정 교과서에 인터넷 해킹 및 정보보안 단원이 신설된다는 보도(본보 8일자 A2면)를 하기 위해 중고교 기술·가정 교사 몇 명을 만났다. 그간 정보보안 분야는 주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쳐왔다. 중학교에서는 이번에 처음 다뤄진다. 지난해 7월 7일부터 일주일간 국내외 26개 주요 웹사이트를 마비시킨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대란(大亂)부터 개인정보 유출, 백신 프로그램 사용 등 최신 사례 위주로 실린다.
교사 대부분은 보안 문제를 교과서로 가르친다는 사실 자체에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초중고교생의 99.9%가 인터넷을 쓰는 게 우리 현실이다. 워낙 어릴 때부터 인터넷에 익숙하다 보니 중학생들이 디도스 모방 범죄에 가담한 사건도 있었다. 어른들보다 더 자유자재로 인터넷을 쓰는 10대에게 정보보안 교육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분위기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은 정보보안 교육을 통해서라도 아이들이 인터넷 관련 수업에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보안이나 윤리 문제 등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분야를 다루는 것이 관심을 끌어내는 데 더 낫다는 것이다.
“사정이 좀 나아졌다”는 교사들. 하지만 얼굴엔 아직 어두운 기색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3세 이상 인구 가운데 77%가 인터넷을 쓰는 ‘정보기술(IT) 강국’에서 이제야 중학생들에게 보안 문제를 가르치는 현실, 게다가 이를 인터넷 수업에서 관심을 끄는 데 도움을 주는 소재로 기대한다는 대목에선 10대 대상 인터넷 교육이 ‘멀어도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범석 산업부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