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던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올해 2월 말까지로 활동 시한을 연장했지만 현재까지의 결과물은 국민을 다시 실망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정치자금법 위반 시 당선무효 처분을 받는 벌금 기준을 현행 10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합의한 일이다. 정개특위는 이름과는 달리 국회의원의 이해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선무효 기준 풀고 수당 올리고
석 달도 남지 않은 기초의원선거구제에 대해 합의하지 못해 결국 여야 원내대표 협상에 넘겨야 하는 와중에 국회의원 자격 상실 기준의 완화를 발표한 것은 국민의 정서와는 한참 멀다. 정개특위는 작년에도 의원정수를 늘리려 했으며, 의원 수당을 7.5% 인상했다. 정개특위가 정치의 선진화가 아니라 국회의원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위원회로 비칠까 우려된다.
현행 정치자금법도 2004년 3월 정개특위가 통과시킨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불법 대선자금과 여야 중진의원의 연이은 소환 분위기 속에서 정치권은 총체적인 위기에 빠졌다. 이에 대한 대증 조치가 당시 정개특위 한나라당 간사였던 오세훈 의원이 주도한 정치자금법 개정이었다. 이 법은 정치부패 척결에만 중점을 두어 정치활동을 경직시킨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돈이 든다는 이유로 지구당을 폐지했지만 과연 정치 발전에 기여했는지는 의문이다. 6년 전 정치위기 상황에서 만들어진 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은 나름대로 타당할 수 있다.
현재 정개특위에 관한 비판의 본질은 의원정수 증가나 의원자격 상실 기준의 완화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이 그러한 개정 요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있느냐는 점이다. 일전에 국회보좌관 수를 늘리자는 논의가 강하게 비판받은 이유도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위해 충분한 보좌진을 갖췄기 때문이 아니라 국회의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정개특위의 회의록을 읽어보면 정개특위가 내놓은 대부분의 제안은 학계 전문가에 의해 개진되고, 전문위원의 검토 및 의원 간 토론과 합의를 거쳤다. 그리고 공직선거법심사 소위원회, 정당·정치자금관계법심사 소위원회 등을 통해 소속 의원들이 제안법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여야 의원이 야합해 의원 이득 보호에만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정개특위의 제안이 국민의 질타를 받는 것은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염두에 두지 못하고 법률안을 만들기 때문이다.
‘신뢰도 5%’ 국민 마음부터 읽어야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