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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녕]오바마의 單任론

입력 | 2010-01-28 03:00:00


우리 헌법 개정의 역사는 대통령 임기 및 연임(連任) 규정의 개정사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4년 3선을 가능케 하는 개헌안을 내놓아 국회 표결에 부쳤으나 의결정족수에서 한 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그러나 자유당 정권은 이른바 사사오입(四捨五入)이라는 수학적 계산법을 동원해 개헌안이 통과된 것으로 번복 선포했다. 2공화국의 내각책임제를 거쳐 3공화국에서 미국식으로 임기 4년의 중임 대통령책임제로 바뀌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4년 임기를 연임하고 3선 개헌을 했다가 유신헌법까지 만들어 임기 6년에 연임 제한을 없앴다. 그 뒤 5공화국에서는 7년 단임으로 바뀌었다. 현행 5년 단임제는 1987년 민주화의 산물이다. 당시 야당인 통일민주당을 이끌던 김영삼 김대중 씨는 4년 연임제가 좋긴 하지만 누가 당선되든 임기가 8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야는 단임제로 하되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지금 정치권에선 4년 중임제로 개헌하자는 주장이 솔솔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5일 ABC방송과의 회견에서 “그저 그런 평범한 연임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훌륭한 단임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말과 뜻이 다른 단순한 정치성 발언으로 보는가 하면, 정치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구상하는 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이 곧 ‘훌륭한 대통령’으로 인식되는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단임론을 피력했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다. 43대까지의 역대 미국 대통령(42명) 가운데 연임한 사람은 18명뿐이다.

▷단임제와 연임제는 각각 장단점이 있다. 단임 대통령은 주어진 임기 동안 소신껏 일할 수 있지만 대신 ‘정치’를 소홀히 하기 쉽다. 반면 연임제에선 재선을 노리고 지나치게 인기를 의식하다 보면 소신 있는 국정 운영보다는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질 개연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도 작년 11월 “단임제가 소신껏 일하기엔 더 좋은 것 같다”고 ‘단임제 예찬론’을 편 적이 있다. 단임제든 연임제든 소신껏 일하고 국민에게 인기도 높은 대통령이 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