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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버린 美-日관계 더 꼬이나

입력 | 2010-01-25 03:00:00

‘후텐마기지 유치 반대’후보 日나고시 시장 당선 확실시

출구조사서 과반 획득… “美기지 이전 사실상 불가능”




24일 오키나와(沖繩) 현 나고(名護) 시 시장선거에서 후텐마(普天間) 주일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해 온 이나미네 스스무(稻嶺進·64)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 된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미일 정부가 2006년 합의한 후텐마 미군기지의 나고 시 헤노코(邊野古) 지역으로의 이전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으며 양국 간 외교 갈등은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 최종 결과는 dongA.com 참조

○ 미군기지 이전 반대파 당선

이날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은 오후 8시 투표마감 직후 이나미네 후보가 과반수를 얻어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고 자체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나고 시의 헤노코 지역은 미일 정부가 합의한 후텐마 비행장 이전 예정지인 슈워브 미군기지가 들어서 있는 곳으로 이나미네 후보는 기지 수용 찬성파인 시마부쿠로 요시카즈(島袋吉和) 현직 시장과 맞붙었었다. 나고 시 공무원 출신인 이나미네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후텐마 기지를 현 바깥으로 이전할 것을 주장해 왔다. 나고 시장 선거에서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가 쟁점이 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동안은 기지 이전 찬성 후보들이 모두 당선됐지만 이번에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민주당 정권교체 이후 후텐마 비행장의 오키나와 내 이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은 결과다.

지역주민들이 현 정권과 협력할 수 있는 채널을 가진 후보를 선택한 측면도 있다. 이나미네 후보는 무소속이기는 하지만 연립정권을 구성한 민주당과 사민당 국민신당이 추천한 인물로 민주당 정권과 든든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 미일 갈등 심화

일본 언론들은 이날 선거에서 이나미네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미군기지 이전을 종전 미일 합의안대로 이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지난해 말 미군기지 이전 최종 결정을 5월로 미루면서 “누가 당선되는지가 중요한 판단 근거다. 지역민의 결정을 참작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나고 시 선거 결과에 주목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선거는 지난해 8월 중의원 총선거에서 오키나와 현 4개 선거구 모두 기지 이전 반대파가 석권한 데 이은 것이어서 이전 지역이 헤노코가 아닌 제3의 지역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 이에 따라 기존 합의안대로 조기 이전을 강하게 요구하는 미국과의 외교적 갈등도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으로선 5개월을 기다렸지만 기존 합의를 뒤집는 결과가 나온다면 일본에 대한 불신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일본 내에서는 국가의 중대한 안보정책을 한 지역 주민의 판단에 맡기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억2700만 국민의 안전을 유권자 4만여 명이 좌지우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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