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남자 프로골프의 양대 산맥 최경주(40)와 양용은(38)은 현재 무적(無籍) 선수다. 서브 스폰서는 있지만 아직 메인 스폰서를 찾지 못했다.
메인 스폰서가 있음을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표식은 모자 정면의 스폰서 로고다. 나이키 골프와 결별한 최경주는 지난 주 열린 소니오픈에서 태극기가 새겨진 모자를 썼다. 지난해까지 메인 스폰서를 맡았던 테일러메이드와 재계약에 합의하지 못한 양용은은 시즌 개막전인 SBS 챔피언십부터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로고가 달린 모자를 쓰고 출전하고 있다.
모자 정면의 스폰서 로고는 프로골퍼의 자존심이다. 메인 스폰서는 TV 중계나 사진에 가장 잘 드러나는 모자에 로고를 달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다. 지금은 '밤의 황제'로 추락한 타이거 우즈지만 나이키는 우즈의 모자에 로고를 노출시키기 위해 연간 3000만 달러 이상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주나 양용은이 태극기와 KOTRA 로고 모자를 쓰는 것은 사실 고육지책이다. 그렇긴 해도 한국이란 국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는 큰 효과를 가져 올 게 분명하다.
광고 로드중
정확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경주는 지난해까지 모자에 나이키 로고가 달린 모자를 쓰면서 연간 200만 달러 이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양용은의 몸값은 이를 넘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한 신지애는 연간 계약금 10억 원에 성적에 따른 보너스로 최대 5억 원을 받는다.
그렇다면 태극기와 KOTRA 로고 부착으로 얼마만큼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지난해 양용은의 PGA 챔피언십 우승 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에 의뢰해서 산출한 자료가 참고가 될 것 같다. 김 교수는 양용은의 우승 덕분에 후원 기업 매출 및 브랜드 이미지 증가로 2584억 원, 국가 이미지 개선 및 국가브랜드 산출로 1300억 원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만약 두 선수가 올 시즌 우승이나 톱10 진입 등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경제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물론 메인 스폰서가 구해질 때까지 한시적인 일이긴 하지만.
이헌재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