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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강도 자작극 벌인 20대 경찰 도움으로 직장 얻고 새출발

입력 | 2010-01-21 07:20:00


“겨울 추위가 한창이지만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최근 교도소에 가려고 강도 자작극을 벌였다가 경찰에 공갈 혐의로 입건된 윤모 씨(27)는 주위의 관심과 도움에 이 같은 소감을 말했다.

윤 씨는 14일 오전 5시 40분경 광주 서구 금호동의 한 편의점에 들어가 여점원(23)에게 “나 강도다. 돈을 내 놓아라”고 협박했다. 여점원은 곧바로 소형금고에 있던 현금 2만 원을 건넸다. 그러나 돈을 건네받은 윤 씨는 강도라고 보기에는 석연찮은 행동을 했다. 그는 “강도를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한 것이다. 112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스스로 자신의 휴대전화로 경찰에 “내가 강도질을 했으니 잡아가 달라”고 신고했다. 결국 소원대로 경찰서에 붙잡혀온 윤 씨는 “도무지 먹고 살길이 없어 교도소에 가려고 강도질을 벌였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맡은 광주서부경찰서 지역형사2팀 김종두 경위는 그의 기구한 성장과정을 듣게 됐다. 3세 때 뺑소니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친척집을 전전하다 최근 광주의 한 원룸에 살면서 PC방 종업원 등으로 일해 왔는데 이틀 전 방세를 못내 길거리로 나왔다는 것.

김 경위는 “윤 씨의 범행은 법적으로 강도라고 보기도 어려워 공갈 혐의로 입건해 법정에서 선처를 호소하도록 했다”며 불구속 처리했다. 경찰은 당장 갈 곳이 없는 그를 형사계 숙직실에 재우면서 거처와 직장을 물색해 줬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그를 돕겠다는 전화가 이어졌다. 경찰은 관리도 맡기고 숙식도 제공하겠다는 경기도 한 고시텔의 제안을 받아들여 윤 씨를 그곳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김 경위는 “부디 안정적 환경에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