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선임 성과로 평가할 일
정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오랫동안 공기업 상태를 거치다 보니 이 회사에는 지배권을 행사하는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기 마련이다. 자연스러운 귀결로서 전문경영인이 마치 지배주주인 듯이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일도 생겨났다. 감독관청의 눈에는 그런 현실이 위태로워 보일 것이다.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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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기업의 대주주는 외국인이나 기관투자가여서 전면에 나서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주가에 영향을 줄 정도로 경영자가 경영을 잘 못한다면 이들도 어떤 식으로든 경영자에게 압력을 가할 것이다. 정부가 기업의 움직임에 인내심을 가져야 할 이유다.
전반적인 경영 성과를 떠나서 경영자나 사외이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감독당국의 개입 이유가 될 수 있다. 당연히 해야 할 걱정이다. 도덕적 해이란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에 반해서 하는 행동을 말한다. 친척이나 친구에게 돈을 싸게 빌려주는 등의 행위가 은행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도덕적 해이이다. 은행뿐 아니라 어떤 기업에서든 100% 지분을 갖지 않은 경영자라면 그럴 소지를 안고 있다. 전문경영인이나 사외이사는 지분이 0%이니 도덕적 해이의 발생 확률은 최고조에 달한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 처방은 엄격한 감독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은행의 주인이 나타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지분이 많은 주주일수록 주인의식은 높아지고,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확률은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감독당국이 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꼭 다루어야 한다면 구체적 행동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감독자인 정부 역시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전문경영인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이익을 저버릴 수 있듯이 공무원이나 정치인 역시 개인의 이익을 위해 감독권을 이용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집권층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서 은행을 이용할 여지를 배제할 수 없다. 그런 증거는 외환위기 이전 관치금융이 비일비재하던 시절에 싫도록 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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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입은 도덕적 해이가 명백할 때로만 국한해야 한다. 사소한 문제에까지 관여하다 보면 경영자는 시장보다 감독자의 눈치를 보는 데 치중할 것이다. 방법 면에서도 문제가 되는 행위 그 자체만을 다룰 일이지, 애초부터 누구는 경영자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CEO를 누구로 할지는 주주가 결정할 영역이다. 지금처럼 감독권을 행사하는 것이 금융시장이 자율적으로 발전해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가. 대다수의 사람은 아니라고 말한다. 장본인인 금융감독 당국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