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우등으로 졸업한 박원희 씨농담… 최신 유행어… 속사포 강의…‘현지 영어’ 안되면 외톨이 신세자존심 철저히 버리고파티-동아리 등 적극 참여해야
박원희 씨의 유학 성공은 첫 1년을 ‘치열하게’ 생활한 덕분이었다.
이맘때쯤이면 3, 4월 발표될 해외 명문대의 합격소식을 기다리는 고3 학생이 적지 않다. 특히나 외국어고나 자립형사립고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토플이나 미국식 대학수학능력시험(SAT)에서 고득점 한 학생이라면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하리라는 자신감에 넘쳐있다.
유학생활, 과연 그들의 꿈처럼 순탄할까? 해외 유수대학에 합격하고도 적응에 실패로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귀국하는 학생이 부지기수다. 그들의 문제는 ‘학문영어’가 아닌 ‘현지영어’에서 시작된다. 이런 문제는 문화적 장벽 전반으로 심화된다. 대학 1학년 때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학생활은 더 어려워진다.
해외 명문대 유학엔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까.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뭘 해야 할까.
박 씨는 대학 입학 후 첫 1년이 유학생활의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한다. 해외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라면 박 씨의 혹독했던 ‘하버드대 적응기’를 직시하자. 유학생활은 장밋빛이 아니다. 생존 그 자체다.
“너 영어 못해? 하버드대는 어떻게 들어왔어?”
하버드대에 입학한 박 씨가 기숙사를 함께 쓰는 미국인 남학생에게 들은 말이다. 특히 해외 명문대는 영어에 서툰 유학생을 관대하게 받아주지 않는다.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백인 학생들로부터 ‘저능아’ 취급을 당할 때가 많았어요. 영어 하나 때문에 무시당할 때마다 자존심이 상했어요. 하지만 전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오히려 자존심을 버렸어요. 그들의 영어 속으로 파고드는 게 현지 적응을 위한 지름길이니까요.”(박 씨)
박 씨는 학교식당을 ‘사교의 장’으로 삼았다. 또래 학생들로 붐비는 저녁시간의 학교식당은 현지인들과 뒤섞일 절호의 공간이었다. 그는 매일 저녁 학교식당에서 두 시간동안 식사를 하기로 결심했다. 식사를 천천히 하면서 옆 친구들의 대화에 끼어들기 위해서였다. 친구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말들을 할 때도 일단 경청했다. 눈치껏 따라 웃고 “근데, 아까 한 말, 뜻이 뭐야?”라고 되물으면서 현지 영어와 문화를 하나씩 익혔다. 친구의 기숙사 방에 찾아가 미국 드라마를 함께 보며 얘기를 나눴다. 동아리 활동에도 일주일에 8시간 넘게 투자했다.
박 씨는 “미국 사람들이 즐겨보는 만화, 즐겨듣는 음악, 인기 연예인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아두면 현지적응에 도움이 된다”면서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동안 미국 영화, 드라마, 뉴스를 보면서 ‘진짜 영어’를 익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일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해외 명문대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놓은 강의를 미리 들으면서 자기의 영어실력을 확인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내에서 인정받는 영어실력으론 현지인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학업 부담 역시 상상을 초월한다. 과목별로 매 시간 과제가 주어지는데, 대부분 100∼200쪽에 달하는 서적을 읽고 에세이를 쓰는 식의 숙제가 주어진다. 박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을 밤을 꼬박 새워야 했다. 에세이 주제가 주어지는 대신 책에서 학생이 스스로 뽑아내야 하므로 영어쓰기에 서툰 데다 스스로 주제를 찾는 자기주도력이 약한 한국학생들은 애를 먹기 십상이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결정적인 ‘무기’로 박 씨는 자신감을 제안했다. 박 씨는 열등감을 갖고 위축되기보단 현지인 친구들에게 “난 ○○만큼은 잘한다”면서 자신을 당당히 보여줬다. 영어실력은 서툴지만 움츠러들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먼저 함께 공부하자고 제의했다.
“이런 수업환경에 빨리 익숙해지지 않으면 낙오될 수밖에 없어요. 신입생 때 현지에서 쓰는 진짜 영어를 온몸으로 익히도록 노력하고,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파티에 참석하면서 꾸준히 인맥을 쌓는 게 유학생활 성공을 위한 핵심 ‘키(key)’예요.”(박 씨)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