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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특파원들이 살펴본 4强의 새해 ‘숨은 고민’

입력 | 2010-01-05 03:00:00

‘테러와의 전쟁’ 바쁜 美, 더 급한 건 ‘실업과의 전쟁’




《‘테러와의 전쟁’에 또다시 나선 듯한 미국, 최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중국, ‘잃어버린 10년’에 이어 ‘오그라드는 10년’을 겪고 있는 일본, 기후변화에 ‘다걸기’하는 듯한 유럽. 하지만 현지 특파원들의 눈을 통해 본 이들 국가의 ‘숨은 고민’은 따로 있었다. 올해 세계 주요국 정부들의 핵심 난제와 해결 전망을 정리한다.》
[美] 50명중 1명 정
부식권 받아 연명
오바마 “일자리 만들기 전력투구”


 
 최근 미국의 화두는 또다시 ‘테러와의 전쟁’이 된 것 같다. 지난해 말 미국 본토에서는 항공기 테러 시도가 발생했고, 해외에서는 미 최고 정보기관인 중앙정보국(CIA)의 비밀 기지까지 테러를 당하면서 미국인은 9·11테러 때 못지않은 충격을 받았다. 미국 정부는 이에 따라 공항 경비와 여행객 검색을 강화하는 등 추가 테러 방지대책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의 진짜 고민은 사상 최고로 뛰어오른 실업률을 어떻게 떨어뜨리느냐이다.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와 서민이 우선적으로 바라는 것은 일자리 창출과 경기 회복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워싱턴포스트는 경기불황 여파로 일자리를 잃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5명의 일기를 주요 기사로 3일 연속 내보냈다. 서울에서 영자신문 에디터로 일하다가 국제관계학 석사과정을 밟기 위해 사표를 냈던 브라이언 브루하우스 씨는 정작 석사학위를 받은 뒤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UPS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하루 4시간 일해 겨우 30달러를 번다.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최근 박사학위를 받은 니콜 하퍼 씨는 직장을 못 얻어 동물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32년간 교직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10월 해고된 실라 길 씨, 환경 컨설턴트로 일하다 몇 주 전에 해고된 키스 프레이호퍼 씨 등 실직자들의 일기를 통해 본 고통스러운 삶의 단면은 많은 사람에게 남의 일이 아니라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뉴욕타임스는 3일자 기사에서 오로지 정부가 나눠주는 식료품구매권(푸드 스탬프)에 의존해 살아가는 실업자가 600만 명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인 50명 중 1명은 ‘정부에 동냥해’ 사는 꼴이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갑자기 수입이 끊긴 사람도 10명 중 1명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초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7870억 달러의 경기부양 자금을 쏟아 부었다. 이제는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으로 1740억 달러를 승인해 줄 것을 의회에 요청한 상태다. 올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의 발판을 다지고 2012년 대선에서 재선하기 위해선 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최영해 워싱턴 특파원 yhchoi65@donga.com




[日]20년째 경기침체… “더블딥 우려”
대미관계까지 나빠져 설상가상


일본과 일본인의 얼굴에 드리워진 불황의 그림자는 올해도 계속될 듯하다. 진짜 고민은 불확실한 앞날에 대한 불안이 조만간 걷힐 것이란 희망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20년째 이어지는 일본의 경제침체는 나아질 기미가 없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가 4일 새해 첫 기자회견에서 “경기가 더블딥에 빠지면 안 된다”며 경기대책을 강조한 것도 불황 지속에 대한 불안이 만연해 있다는 증거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2%를 차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국가에서 국민은 노후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연금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론 안정된 노후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득이 늘지 않아 이것도 쉽지 않다. 취직난에 허덕이는 젊은층의 불안은 더욱 크다.

이런 불안이 쌓이고 쌓여 지난해 반세기 만의 정권교체가 실현됐지만 민주당 정권에서도 불안이 해소된다는 보장이 없다. 민주당은 각종 복지정책과 함께 양립하기 힘든 세금 경감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결국 세금 경감은 이미 유야무야된 상태다. 민주당은 또 관료 배제와 정치자금 투명화 등 개혁을 부르짖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물이 없다.

대외관계도 불안하다. 민주당 정권이 ‘일본 외교의 기축’이라고 부르는 미일관계는 오키나와(沖繩) 현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라는 덫에 걸려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미국과 오키나와 주민을 모두 만족시키는 결론을 5월까지 내겠다”고 공언했지만 해법은 쉽지 않다. 이 문제로 벌써 미국과 국민의 신뢰를 적잖이 까먹었다. 미일관계가 나빠지면 일본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일본 정부는 아시아 외교 중시를 강조하지만 미일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동아시아공동체 등 아시아 외교가 진전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금으로선 민주당이 올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런 만큼 책임도 커진다. 자칫 국민 사이에서 ‘정권을 바꿔도 별것 없네’라는 인식이 퍼지면 정권 차원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래저래 사방이 막힌 형국이다.

윤종구 도쿄 특파원 jkmas@donga.com


[中]7억농민 빈곤해소가 선결과제
G2로 발돋움… ‘대국 책임’ 부담


최근 중국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 올해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일본을 따라잡아 명실상부한 주요 2개국(G2) 국가로 발돋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메아리 없는 제3세계 대변자’였던 중국의 목소리는 이제 국제무대에서 ‘누구도 무시하기 힘든 포효(咆哮)’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숨은 고민도 적지 않다. 우선 국제사회에서 점차 비등하는 중국의 책임론에 대한 부담이다.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회의에서 중국이 보여준 ‘비협조’는 영국을 비롯한 많은 유럽국가의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또 위안화 절상 문제, 보호무역주의 등 점차 중국을 압박하는 국제 현안에 중국이 어떻게 대처할지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나아가 티베트나 우루무치(烏魯木齊) 사태 등 폭발성 있는 소수민족 문제도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서방 국가들은 올해를 “중국이 몸집만 커진 나라인지, 국제무대에서 책임을 다하고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존중하는 진정한 대국인지를 엿볼 수 있는 한 해”라고 중국을 주시하고 있다.

내부 과제도 쌓여 있다. 경제적으로는 성장유지와 물가관리, 구조조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쫓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금융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민간영역의 축소와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등 적잖은 부작용도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성장 동력을 수출에서 내수로 전환하기 위해 체질개선을 강도 높게 추진 중이나 효과는 기대에 못 미친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늘어나는 빈부격차도 고민이다. 개혁개방 30년 만에 중국의 도시와 농촌 간 소득 격차는 3.32배로 확대됐다. 지역 격차는 더욱 커 연해인 상하이(上海) 시의 1인당 GDP는 내륙인 구이저우(貴州) 성보다 8.3배 많다. 중국 지도부는 7억2000만 농민의 불만을 해소하지 않고는 사회 안정을 이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근 7년간 연속 중앙정부가 그해 처음으로 지방에 내려 보내는 ‘1호 문건’을 모두 삼농(농민 농업 농촌)문제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


[EU]‘대통령’ 통합리더십 시험대 올라
英 총선 - 佛 연금개혁 빅이슈로


 올해는 ‘유럽연합(EU) 통합’의 획을 긋는 한 해라고 할 수 있다. 리스본 조약이 한 달 전쯤 발효되고 유럽 대통령 격인 정상회의 상임의장의 공식 임기가 1일 시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EU는 통합된 목소리를 내는 데 앞으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데 고민이 있다.

EU는 금융시장 규제 강화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에 적극적이란 인상을 주지만 회원국의 구성이 워낙 다양해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U는 지난해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외교총책을 뽑았다. 하지만 헤르만 판롬파위 벨기에 총리와 캐서린 애슈턴 집행위원 같은 지명도가 떨어지는 인물이 뽑히면서 큰 기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는 경제위기에서 상대적으로 타격을 적게 받은 나라로 보이지만 경제위기 탈출 국면에서는 큰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는 사회보장에 들어가는 막대한 예산 때문에 누적되는 재정적자에 시달려 왔고 경제위기를 맞아 부양책을 쓰면서 적자가 더 많이 쌓였다. 재정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연금 지출로, 이를 줄이는 게 가장 큰 과제다.

독일은 지난해 경제위기에서 국제적 압박에도 경기부양에 큰돈을 쓰지 않았다. 독일 정부는 경기부양책보다 감세정책을 선호했으나 감세정책이 대연정 내 사민당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기회복이 늦어질까 내심 걱정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연정 파트너를 자민당으로 교체한 뒤 감세법안이 통과돼 올해부터 발효됐다. 하지만 독일은 프랑스보다 균형재정을 중시하는 나라다. 감세 효과가 조기에 나타나지 않고 되레 적자확대와 복지축소로 이어진다면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도 있다.

영국은 독일 프랑스보다 심각한 경제위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사자 속출, 자생적 이슬람 극단주의자 출현 등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이들 문제는 올해 총선에서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 영국의 더 큰 고민이다.

송평인 파리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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