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다. 가슴 벅찬 환희가 있지만 아쉬움과 눈물도 빼놓을 수 없다. 기쁨과 슬픔을 예측할 수 없기에 팬은 마음을 졸인다. 올해도 뜨거운 승부의 현장에서 희로애락이 교차했다. 그때 그 시간은 망각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감동의 순간은 사진으로 남았다. 2009년 온 국민을 웃고 울게 했던 스포츠 명장면을 ‘태극기는 나의 힘’ ‘최고를 향한 비상’ ‘아쉬움과 눈물’ 등 3가지 주제로 나눠 돌아봤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야구대표 - 양용은 - 장미란
태극기 휘날리며 국위 선양
우리는 그들을 태극전사라고 부른다. 온 국민이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할 수 있는 것은 그들도 태극기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야구대표팀은 2006년 원년 대회 4강에 이어 준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3월 18일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8강전에서 일본을 꺾은 한국의 봉중근(왼쪽)과 이진영이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고 있다(사진 1). ‘바람의 아들’ 양용은은 8월 17일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골프대회인 PGA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우승 세리머니로 번쩍 들어올린 캐디백에 태극기가 선명하다(사진 2).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은 11월 28일 고양에서 열린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세계선수권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사진 3).
김연아 - 축구대표 - 나지완
“저 높은 곳을 향해” 날갯짓
‘우승’ 동의대 빈손 헹가래
신지애 1타차 ‘선수상’ 놓쳐
이겼지만 슬피 울었다. 동의대는 7월 8일 회장기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에서 우승했다. 선수들은 우승 장면을 보지 못하고 나흘 전 암으로 타계한 조성옥 감독을 기리며 눈물의 빈손 헹가래를 쳤다(사진 1). 신지애가 11월 24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홀(파4)에서 칩인 버디에 실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사진 2). 그는 이 대회에서 1타만 줄였다면 올해의 선수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 가질 순 없는 일. 그는 올 시즌 3승을 올리며 1978년 낸시 로페스 이후 31년 만에 신인왕과 상금왕을 동시에 차지했다. ‘베이징 영웅’ 박태환은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유형 200m, 400m, 1500m 등 세 종목에 출전했지만 메달은커녕 결선 진출에도 실패했다(사진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