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로 지은 절 석굴암/김미혜 글·최미란 그림/42쪽·1만 원·웅진주니어
석굴암의 부처님을 만나자 소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부처님도 환하게 웃으며 소녀를 맞았다. 사진 제공 웅진주니어
드디어 석굴암. 숨을 몰아쉬며 어스레한 안으로 들어섰다. 엄마가 비추는 불빛에 여덟 명의 장수가 어른어른. 칼을 들고, 창을 쥐고, 머리에 용을 얹은 장수들이 뚜벅뚜벅 걸어 나올 것처럼 보였다. 아이는 깜짝 놀라 어깨를 웅그렸다.
콩닥거리는 마음을 누를 새도 없이 이번에는 팔뚝이 울룩불룩한 금강역사가 불끈 쥔 주먹을 당장 내리칠 것처럼 아이를 보고 서 있다. 부리부리 번쩍이는 눈을 보고 아이는 멈칫거리다 한 발을 뗐다. “휴!” 무서운 장수들을 다 지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땡땡한 장딴지, 꿈지럭꿈지럭 기운찬 발가락을 가진 사천왕이 악귀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누르고 있다. 아이는 눈이 휘둥그레져 엄마 뒤로 숨었다. 엄마는 “마음을 깨끗이 하라고 험상궂은 모습을 한 것뿐”이라고 아이를 달랬다.
어둑어둑 어슴푸레한 길을 다 지나왔다. 연꽃 대좌에 앉아 계신 부처님이 슬며시 웃으며 아이를 굽어보셨다. 아이도 부처님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부처님 뒤 연꽃이 햇살이 되어 부처님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다. 엄마처럼 포근한 얼굴이었다. 아이는 부처님께 연꽃을 바치고 기도를 올렸다. 해가 뜨자 부처님 이마가 반짝 빛났다. 천 년 내내 우리를 지켜준 석굴암은 앞으로도 날마다 새롭게 뜨는 아침 해를 우리와 함께 바라볼 것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