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 사업 첫날, 수원 팔달문시장 가보니연리 4.5%에 무담보 무보증, 500만~1억원까지 빌려줘지역재단 - 민간업체 각각 운영상환 능력 - 의지 보여야
삼성그룹이 민간기업 최초로 ‘삼성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하고 15일 경기 수원시 팔달문시장에 1호 지점을 열었다. 정식 가동을 하기도 전에 돈을 빌리려는 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자 재단 직원들이 약식 상담을 해주고 있다. 수원=홍진환 기자
○ 하루 전화 100통… 서민 뜨거운 관심
수원시 권선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경옥 씨(37·여)도 이날 삼성미소금융 지점을 직접 찾았다. 김 씨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다 미소금융이라는 기관이 생긴다기에 기다렸다”며 “올 들어 남편이 실직한 데다 식당까지 잘 안돼 운영자금을 빌리고 싶다”고 말했다.
40대 남성 이모 씨는 “무일푼에 직장도 없는데 대출이 되느냐”고 물었다. 상담직원은 “창업을 돕는 대출이 있는데 돈을 갚을 의지가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사업계획서를 갖고 다시 찾아오라”고 안내했다. 인근에서 노점상을 하는 한여순 씨(50·여)는 “싼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니 내일 당장 상담을 받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삼성미소금융재단 본점 사무실로도 하루에 100통가량의 문의전화가 온다”며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에서 문의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고 전했다.
○ 17일부터 은행도 미소금융 시작
미소금융은 기업 기부금과 휴면예금을 토대로 9월 출범한 미소금융중앙재단이 사업을 총괄한다. 중앙재단은 지역별로 별도의 법인(지역재단)을 두며, 지역재단이 해당 지역의 지점 운영을 맡는다. 재원은 앞으로 10년 동안 재계에서 1조 원, 금융계에서 5055억 원을 기부금 형태로 마련한다. 휴면예금 7000억 원까지 합하면 총 2조2055억 원이다.
민간기업과 은행들도 지역재단과 별도로 독자적인 미소금융재단을 운영한다. 삼성미소금융재단처럼 LG, 현대·기아차, SK, 포스코, 롯데 등 민간기업과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등 5개 은행이 각자의 이름을 내건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해 지점을 운영한다.
○ 지원대상자 점차 확대
미소금융사업의 지원 대상자는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인 800만 명이지만 초기에는 형편이 아주 어려운 9등급 이하(약 200만 명)에 우선적으로 대출을 해준 뒤 점차 8등급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출을 신청하면 상담→사업 컨설팅→ 창업 지원 교육→ 현장 실사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대상자를 선정한다. 대출 심사에서는 자활 의지, 자금 활용 및 사업계획의 타당성, 상환 능력을 중점적으로 따진다. 이 부장은 “사업 컨설팅, 창업 교육 등의 절차가 있기 때문에 상담 신청 후 최종 대상자로 선정돼 대출을 받기까지 짧게는 2주, 길게는 8∼9주가량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창업자금 △운영자금 △시설개선자금 △무등록사업자 지원자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대출 한도는 대상자에 따라 500만∼1억 원, 금리는 연 4.5% 정도다. 대출 원리금은 6개월∼1년 거치 후 수년간 분할 상환하는 조건이다.
수원=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같은 제도권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저소득층이 생계형 창업이나 경제적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무담보·무보증으로 소액을 대출해 주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