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1997년을 전후한 외환위기 때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75만 명이 직장을 잃은 반면 도소매 음식숙박업 취업자는 36만 명이 증가했다. 작년 금융위기 때는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31만 명, 도소매 음식숙박업에서 26만 명의 취업자가 감소했다. 금융위기 때 해직자들을 받아준 곳은 산업이 아니라 주로 공공부문이었다. 공공행정 사회복지 분야가 70만 명을 흡수했다. 재정 형편상 내년에도 공공부문 일자리를 계속 공급하기는 벅차다. 앞으로는 민간부문, 특히 서비스산업을 키울 수밖에 없다.
서비스업 일자리가 많이 생기려면 기업이 투자를 늘려야 한다. 투자 여건을 만들어주는 건 상당 부분 정부의 몫이다. 저발전 상태의 서비스업 키우기는 지난 정부 때부터 강조해온 중점 과제였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이 정부 들어 서비스업 규제 개혁 등 선진화 추진과제가 구체화했으나 정치권과 여러 정부 부처, 사업자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은 여전히 따로 논다.
광고 로드중
약사회가 공청회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제안에 반대하려면 물리적으로 저지하기보다는 마이크를 잡아야 한다. 피로해소제 같은 일반의약품(OTC)을 선진국에서는 약국 외의 소매점에서도 판매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안 되는지, 약값 인하 효과를 낳는다는 법인약국 제도의 부작용은 무엇인지를 설명하면서 국민을 납득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나머지 하나는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에 관한 KDI와 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용역 결과다. 2005년 정부 발표 때 ‘영리병원’ 또는 ‘영리의료법인’이라고 불린 탓에 ‘재벌병원의 돈벌이를 도와준다’는 오해를 받았지만 기업 등의 투자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투자개방형’이란 표현이 적절하다.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번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과 관련된 논란을 자제했다. 이제 보고서가 나왔으니 본격적인 논의가 기대된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도 마이크를 잡아야 한다.
앞서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은 “일선 병원의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를 도입해도 현존 빅5 병원의 영향력과 저조한 투자수익률, 대학병원 인수의 어려움 등을 감안할 때 재벌이나 비(非)의료인의 신규 진입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인 진단이었다. 이런 논리적 토론이 인터넷을 떠도는 ‘국민적 재앙’ 또는 ‘서민환자 병실 뺏긴다’는 식의 ‘광우병 거짓말’ 후속편을 잠재울 수 있다.
의료는 서비스업의 한 부문에 불과하다. 일자리 부족의 책임을 다 지라는 게 아니다. 한국 의료기술의 발달로 해외환자 유치가 늘어나는 등 호재성(好材性) 변화와 맞물려 서비스업 선진화 논의의 출발점이 됐을 뿐이다. 정부는 전체 서비스업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큰 계획과 함께 부문별 실천 방안을 국민에게 계속 보고해야 한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