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건 모두 가능’ 욕망충족인 듯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1953년)라는 영화가 있다. 섹스 심벌로 유명한 메릴린 먼로가 주인공 로렐라이로 출연한다. 그는 평생을 걱정 없이 살기 위해 백만장자를 유혹하며 아찔한 매력을 발산한다.
섹스 스캔들에 휘말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4·미국)를 보면 마치 이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지난달 28일 의문의 교통사고를 낸 뒤 연일 터져 나온 10여 명에 이르는 우즈의 여인이 대부분 금발의 백인이기 때문이다. 우즈의 첫 번째 여인인 뉴욕 클럽의 호스티스 레이철 우치텔을 비롯해 칵테일바 종업원 제이미 그럽스 등은 육감적인 외모를 지녔다.
우즈의 여성 편력은 호기심을 증폭시키며 인종차별 논란까지 일으켰다. 그는 오프라 윈프리의 한 토크쇼에 출연해 자신의 혈통을 묻는 질문에 “나는 캐블리네시안(Cablinasian)”이라고 말했다. 백인(Caucasian), 흑인(black), 아메리카 인디언(Indian)의 피가 섞인 아버지와 아시아계(Asian·태국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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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투어 사이트에 따르면 우즈는 의외로 부끄럼을 잘 타는 성격이었다. 아내와 연애할 때는 데이트 요청도 잘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는 “우즈가 모든 남성이 꿈꾸는 여성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입증해 보임으로써 자신의 자긍심을 충족시키려 했다”고 보도했다. 우즈 같은 거물이 개인 욕구를 충족하려고 접촉할 수 있는 제한된 집단도 백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탓도 있다.
우즈는 자신을 현미경 안의 존재로 비유한 적이 있다. 가는 곳마다 주위의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저하게 사생활을 지키려고 애썼다. 언론 역시 작은 허물은 관대하게 덮어두려는 경향이 짙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우즈는 벌거벗은 황제가 된 듯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