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승자는 론스타 사모펀드
둘째는 외환은행에 맞먹는 규모의 다른 매물이 없다는 점이다. 대형 은행을 인수할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수자는 매물로 나온 상품의 가치보다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상품을 차지해야 한다는 점에 주력한다.
11년 전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은행산업은 은행 통폐합 및 부실자산 정리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리고 한국은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이를 완성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깊숙이 들여다보면 은행의 인프라나 시스템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임직원은 여전히 똑같다. 경영진 구성도 그대로고 참신한 사고나 과감한 조치는 찾아볼 수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국내 은행이라는, 좀 더 덩치가 커진 부대를 열어보면 여전히 과거의 경영 스타일이라는 오래된 술 냄새가 핑 돈다.
한국 금융산업은 글로벌화가 가장 덜 된 산업 중 하나이다. 금융산업 전체로 봤을 때 해외 매출 비중이 5%가 채 안 되고 지난 수십 년간 이 수치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 국내 기업고객을 위해 해외에 지점 몇 개를 연 것 외에는 이렇다할 만한 해외 인수합병도 없었다. 글로벌 금융 허브라는 구호를 정부가 지난 수년간 수없이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실망스러웠다. 수출이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계 12대 경제 대국으로서 부끄러운 현주소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금처럼 리스크 회피적인 자세를 견지할 때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몇 주 전 미국 출장 기간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값싼 매물로 나온 미국 은행이 많아 깜짝 놀랐다. 이들은 모두 외국인 투자자를 기다렸는데 이런 기회는 오래지 않아 사라질 것이다. 외환은행 인수가격 정도면 훨씬 저렴하고 규모도 크고 성장잠재력도 큰 해외 은행을 인수할 절호의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여전히 뒤처진 한국금융산업
이성용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