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기 교수 ‘스토리텔링 삼국유사’ 시리즈 1호 출간
제목은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 매년 한권씩 15권 펴낼 계획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으로 삼국유사 시리즈를 시작한 고운기 교수는 “우리 역사를 지식인의 역사에서 민중의 역사로, 사대의 역사에서 자주의 역사로 바꿔 놓은 게 삼국유사”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현암사
시리즈 제목은 ‘스토리텔링 삼국유사’, 첫 번째 책의 제목은 ‘도쿠가와가 사랑한 책’(현암사)이다. 삼국유사 시리즈의 시작에 일본 에도(江戶) 막부의 장군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이름이 붙은 이유가 궁금했다. 고 교수는 “20세기 이후 본격화한 국내 삼국유사 연구의 시발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도쿠가와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진왜란의 와중에 삼국유사는 전리품 중 하나로 일본에 건너갔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는 삼국유사를 도쿠가와에게 바쳤다. 문화 진흥에 힘썼던 도쿠가와는 삼국유사를 비롯해 조선에서 건너온 책에 특히 관심을 기울였다.
도쿠가와는 오늘날의 나고야인 오와리(尾張) 번에 자리 잡은 후손에게 1700여 종의 책을 넘겼다. 1624년 오와리 번은 고미즈노오(後水尾) 왕에게 책 32종을 빌려줬는데 그 가운데 삼국유사가 포함됐다.
이후 삼국유사는 나고야 시립 호사(蓬左)문고로 전해졌고 1904년 도쿄데이코쿠(東京帝國)대 사학과에서 삼국유사를 찍어냈다. 한국에서 유통이 단절됐던 삼국유사는 그해 일본 유학을 떠난 최남선에 의해 재발견됐다. 최남선은 이를 들여온 뒤 1927년 잡지 ‘계명’에 해제와 함께 실었다. 고 교수는 “1927년은 삼국유사가 13세기 말에서 20세기 초까지 긴 여행 끝에 우리 가까이 다가온 첫해인 셈”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가 호사문고에서 삼국유사 도쿠가와본을 처음 확인한 것은 2006년 10월. 그때 그는 호사문고의 장서를 소개하는 팸플릿 가운데 ‘황실에 빌려 드린 서적의 메모’라는 목록에서 삼국유사를 발견했다.
고 교수는 이번 시리즈 아래 매년 한 권씩, 15권을 낼 계획이다. 두 번째 책으로는 일연의 삼국유사 기술 방법을 설명하는 ‘이 이야기꾼의 한 생애’를 구상 중이다.
“한국이 커지고,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세계는 우리를 향해 ‘너희는 누구냐’는 질문을 더 자주 던질 것입니다. 거기에 답하려면 우리를 알아야 하는데 우리가 누구인지 아는 데 삼국유사만 한 텍스트가 없습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