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2중 철책 일부 철거서식지에 사람 들어갈 수도
올해 1월 고라니 수컷 한 마리가 경기 고양시의 한강변 철책선 아래 외부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에서 한가로이 쉬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경기 고양시와 김포시 관내 한강 하구에 설치된 군 철책이 내년 상반기 중에 본격적으로 철거될 예정이다. 두 시는 철조망이 사라지면 한강변을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지금 이곳을 서식지로 삼고 있는 동물들에게는 철책 제거가 생존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양시와 김포시는 최근 육군 9사단, 육군 17사단과 각각 철책 제거에 따른 군 부대 경계 대책을 마련하는 데 합의하고 이달 안에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 일대는 밀물 때에 맞추면 상류 지역인 북한에서 무장공비가 쉽게 침투할 수 있는 곳이라 철책을 걷는 대신 첨단 관측 장비가 설치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1970년 이후 이 일대에 철책이 설치됐고, 40년 동안 고라니와 삵 등 각종 동물이 자유롭게 서식해 왔다는 점이다. 겨울에는 멸종위기종인 두루미와 큰고니, 큰기러기, 저어새, 가창오리 등 70여 종의 철새가 날아들고 있다. 호랑이 등의 포식자는 없지만 육식동물인 삵이 발견돼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고 고라니만 해도 1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와 갯버들, 조팝나무 등 토종 식물 20여 종도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출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해 최대한 동식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