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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레스토랑 사장이 본 EPL의 태극전사들] “‘식객’ 박지성 단골석은 커튼 쳐진 구석자리”

입력 | 2009-11-05 07:00:00

맨체스터 시내에 위치한 한국식당 ‘코리아나’ 와 ‘서울 김치’. 힘겨운 타국 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 프리미어리거들에게 한국 음식은 또 다른 활력소가 된다. 맨체스터(영국) | 전지혜 통신원


외국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다보면 한국과 한국 음식에 대한 향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그것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누비는 태극 전사들도 마찬가지일 터. 위건과 볼턴은 모두 영국 북서쪽에 위치해 있으며 맨체스터와 가까워 박지성 뿐만 아니라 조원희, 이청용도 이런 향수를 느낄 때마다 종종 맨체스터에 있는 한국 레스토랑을 방문해 그 향수를 달래곤 한다. 맨체스터에 자리잡은 한국 레스토랑은 코리아나, 예찬, 서울김치, 동화, 잇 구디(Eat Goody) 이렇게 총 5곳이 영업 중이다. 레스토랑 사장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코리아나 ‘눈에 띄지 않는 구석자리는 박지성의 지정석’

맨체스터 시내에 위치한 코리아나는 1985년에 오픈해 맨체스터의 한국 레스토랑 중 가장 오래된 곳이다. 그 후 한국 레스토랑이 하나 둘 씩 늘어 지금은 다섯 개가 됐지만 그만큼 유학생과 관광객의 수도 많아져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는 게 김종완 사장의 설명이다. 카운터 한 쪽 벽에는 김 사장과 박지성, 조원희, 이청용이 함께 찍은 사진이 붙어 있어 한눈에도 그들이 이 곳을 가끔 찾는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다. 박지성이 최근 온 적이 있냐고 묻자 지난 주 금요일에 이청용과 몇몇 매니저들이 함께 와서 저녁 식사를 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박지성이 언제나 앉는 자리는 카운터 옆에 커튼이 처져있는 구석자리. 워낙 조용한 성격인 까닭에 주위 사람들에게 방해 받고 싶지 않아 하는 그를 위한 김 사장의 배려다. 김 사장 역시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개인적으로 얘기를 한다거나 무리하게 사인을 부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맨체스터 시내에 위치한 한국식당 ‘코리아나’ 와 ‘서울 김치’. 힘겨운 타국 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 프리미어리거들에게 한국 음식은 또 다른 활력소가 된다. 맨체스터(영국) | 전지혜 통신원


●서울김치 ‘박지성은 지역 사람들과의 대화 고리’

2005년 6월 오픈한 서울김치는 레스토랑과 슈퍼를 겸하고 있고 맨체스터 시내에서 버스로 1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맨체스터에 있는 한국 레스토랑 중 유일하게 한글 간판을 사용하는 권병희 사장은 2007년 두 아들과 각각 맨체스터대학교, 영국왕립음악대학교(Royal Northern College of Music),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에서 동시에 석사 학위를 취득해 “한국의 김치를 만들어 파는 세 모자가 동시에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2008년 1월21자)에 실리기도 했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세 모자의 이야기와 김치에 대한 것이었는데, 박지성도 가끔 오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것이 한국 신문에는 박지성 때문에 큰 호황을 맞았다고 부풀려져 마음고생도 꽤 컸다고 했다. 실제로 박지성이 비즈니스에 영향을 주는지를 묻는 질문에 돌아온 권 사장의 대답은 “NO”였다. 그러나 분명 도움을 받고 있는 건 맞다고 했다. 서울김치가 위치한 지역은 거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 때로는 위험할 수도 있는 지역이다. 이곳에 가게를 오픈한 권 사장에게 박지성의 의미란 그 지역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라고 한다. 가게 안에 붙어 있는 포스터를 보고 지나가던 영국인들이나 중국 학생들이 들어와 박지성에 관해 묻고 한참 대화를 나누다 나가기도 한다고. “그래도 그들이 들어왔다고 꼭 밥을 사 먹고 가진 않는다”며 권 사장은 웃는다. 선수들이 직접 찾아온 적은 있느냐는 질문에는 “조원희나 이청용은 가끔 생필품을 사러오고 밥도 먹고 가고 그런다. 박지성은 직접 어머니와 함께 차를 몰고 와 김치를 사간 적이 있다”고 답했다. 권 사장은 “같은 한국인으로서 한국 선수들이 영국에서 이렇게 잘 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웃었다.

●동화(Oriental Fire) ‘축구선수 출신 사장’

2006년 여름에 문을 연 동화는 맨체스터 시내에서 트램을 타고 40분 정도 가야 하는 꽤 먼 곳에 위치해 있다. 부산 하얏트호텔 수석 주방장 출신인 홍철수 사장은 고등학교 2학년까지 축구 선수의 꿈을 키워가다 발목 부상으로 그만 둔 아픈 과거가 있다. 아직 축구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고 선수들에게 필요한 게 뭔지 잘 안다고 했다. 그래서 선수들이 찾아 올 때면 특별 장어구이와 양념치킨을 직접 만들어 주기도 하고, 원래는 작은 뚝배기에 나가는 김치찌개를 세배나 더 큰 냄비에 끓여 나가기도 한다고. 선수들에게 아버지같이 따뜻한 홍 사장이지만 때론 축구 선배로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이른 바, ‘맞춤형 조언’이라 할 수 있다. “이청용에게는 너무 자주 오지 말라고 했다. 체격이 작아 영국 선수들 따라가려면 그들과 똑같이 먹고 버텨야지, 한국 식당을 자주 찾으면 안 된다고 했다. 다만 김치가 필요하면 언제든 가져다준다.”

조원희에게도 마찬가지. “감독이 기회를 줬을 때 그걸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해줬다. 평소 컨디션 관리 잘하고, 연습 중에도 절대 부상을 입지 말라고 했다.”

국가대표팀 정해성 수석코치가 서울로 돌아갈 때도 홍 사장에게 “우리 선수들을 잘 부탁한다”고 했을 정도라고 하니 한국식당들이 얼마나 선수들에게 정성을 쏟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지성, 조원희, 이청용. 영국 북서부에 옹기종기 모인 그들에게 맨체스터 곳곳의 한국 레스토랑은 든든한 지원자이자 쉼터이다. 그들을 자랑스러워하고 배려해 주는 한국인 사장들은 그들의 낯선 타지생활에서 위로가 되고 있다.

맨체스터(영국) | 전지혜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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