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부양책 약효 떨어지자 소비-고용 등 줄줄이 악화 美 3분기 GDP 3.5% 성장 부양책 효과 빼면 ‘제로’ 민간은 회복 더뎌 내핍 여전… 한국 재위축 우려 주가 급락
올해 초 각국 정부는 전례를 찾기 힘든 고강도 부양책으로 세계 경제를 붕괴 직전 상태에서 구해내는 데는 일단 성공했다. 경기회복 조짐이 확연해지면서 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출구전략(Exit Strategy) 논의도 본격화됐다. 하지만 일련의 부양책들이 점차 끝나가면서 그동안 숨겨져 있던 허약한 체력이 차례로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 미국 등 각국의 경제성장률이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것도 사실은 막대한 재정지출에 크게 의지한 ‘표피적 회복’이 아니냐는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 부양책 끝나자 경제지표 줄줄이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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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제도 ‘나 홀로 회복’ 어려워
표피 성장은 3분기 2.9%라는 깜짝 성장률을 발표한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민간 부문의 고용사정은 아직도 추운 겨울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9월 취업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7만 명이 늘었지만 이는 정부의 공공근로 사업에 따라 희망근로와 행정인턴 등 공공 부문에서만 32만6000명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제조업(-11만8000명), 도소매음식숙박업(-15만8000명) 등 민간 부문은 여전히 고용이 줄어들고 있다. 같은 달 11% 증가한 광공업 생산도 신차 효과와 정부의 세제 지원 덕을 톡톡히 본 결과였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의 부양책이 시들해지면 한국 경제도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현대·기아차의 9월 미국 현지 판매량은 중고차 현금보상 제도가 끝나면서 전달보다 47%나 급감했다. 삼성증권 김학주 상무는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쓰는 동안 자생적으로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던 민간 경제가 되살아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재정부담 때문에 부양책을 계속 쓰기도 어려운 만큼 세계 경제가 어느 정도 내핍을 받아들여야 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