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에서 “개인의 행복이나 삶의 질을 사회 발전의 척도로 삼아야 하며 이를 위한 새로운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하루 전날인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30주기 추도식에서 “아버지의 궁극적인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었다”고 말했다.
불과 2년 전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747공약’(7% 경제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대국 진입)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랬던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에서 최근 삶의 질 또는 복지를 강조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3, 4년 전에는 성장이 먼저냐 분배(복지)가 먼저냐, 미국식 발전모델이냐 유럽식 발전모델이냐를 둘러싸고 한국 사회에서 격렬한 논쟁까지 벌어졌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 성장은 중요하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라도 이뤄졌는지 의아하다.
이 때문에 경제학자 윌리엄 노드하우스와 제임스 토빈은 이미 수십 년 전에 GDP에 가사노동과 환경, 여가 등을 포함시킨 경제후생지표(MEW)를 제안했고, 폴 새뮤얼슨은 복지의 개념을 포함한 순경제후생(NEW)을 발표했다. 이 외에도 수많은 학자들이 GDP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연구를 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30년대에 개발된 GDP가 경제발전 지수의 황제 자리를 차지해온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를 만들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삶의 질이나 행복을 보여주는 지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인간개발지수’, 영국 신경제재단(NEF)의 ‘국민행복지수’,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 등 이미 차고도 넘친다. 그동안 정부가 정책을 입안할 때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가 그동안 목메어 외치던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 까마득하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2%였고 올해는 간신히 마이너스를 벗어날까 말까 하는 정도다.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지만 중국 인도 등 우리보다 잘한 나라도 많다. 잠재성장률도 4∼5%대에서 올해 3%대로 뚝 떨어졌다. 1인당 국민소득은 다시 1만 달러대로 주저앉았고, 전체 경제규모도 2003년 세계 11위에서 2008년 15위로 내려갔다(이 모든 것이 GDP로 계산된다).
신연수 산업부장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