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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보상비에 눈멀어 12년 동료 ‘몰래뽕’

입력 | 2009-10-27 03:00:00

청송교도소 모임 회장
전 복싱 챔피언 동원 협박
실패하자 히로뽕 먹여 신고<br>




음지에 살다 양지로 나왔다고 해서 ‘양지회’라는 이름을 붙였다. 청송교도소에서 10년 이상 복역하고 나와 오갈 데가 없었던 교도소 출신 일당은 1987년 ‘양지회’라는 친목단체를 만들어 함께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살았다. 1998년에는 송파구 장지동 둑 위에 공사현장에서 쓰고 남은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고 이후 12년을 같이 살았다.

그런 양지회가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송파구 재개발사업 지역에 이 컨테이너가 있는 자리가 포함된 것. 토지를 소유한 것도, 주워 온 컨테이너의 정식 주인도 아니었지만 이들에게도 재개발의 혜택이 돌아왔다. 양지회 회장인 신모 씨(69)는 재개발 보상금으로 2억 원 정도가 나오게 된다는 것을 알고 욕심을 냈다. 이곳에 살고 있던 추모 씨(55) 등 양지회 소속 회원들을 따돌리고 혼자서 보상금을 받아내려 부장인 조모 씨(63)와 함께 꼼수를 썼다. 신 씨 등은 평소 알고 지내던 육군 특수부대 전역자 친목모임인 ‘특전동지회’ 사업부장 배모 씨(48)를 끌어들였다. 복싱 세계챔피언 출신 백모 씨(47)도 가담해 “산에 데려가 파묻어 버리겠다”며 추 씨 등을 협박했다.

하지만 추 씨 등이 경찰에 신고해 이들을 쫓아내려던 계획이 실패하자 신 씨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신 씨는 마약전과자였다. 주변에서 히로뽕을 구한 신 씨는 4일 추 씨 등 3명과 술을 마시면서 몰래 마약을 탄 요구르트를 건넸고 수박에도 마약을 뿌려 놓고 이들이 먹는 것을 지켜봤다. 일명 ‘몰래뽕’이었다. 추 씨의 외투에도 히로뽕 0.24g을 몰래 넣은 뒤 신 씨는 경찰에 추 씨 등을 신고했다.

경찰은 신 씨의 제보가 너무 구체적인 점, 이들이 재개발 보상금을 둘러싸고 소송 중인 점 등을 미뤄 오히려 신 씨의 뒤를 캐 범행을 밝혀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2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무고 등의 혐의로 신 씨와 조 씨, 양지회 총무 등 3명을 구속하고 전 복싱 세계챔피언 백 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