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4%로 일본의 50%(2008년 기준), 미국의 67%(2004년 기준)를 넘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1990년 33.2%, 2000년 68%로 폭발적 증가 추세를 보였다.
그렇지만 막상 대학에 입학해서도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해 5년 다닌다고 해서 ‘대오족(大五族)’이라는 말이, 토익 공부 때문에 ‘토폐인’이라는 말이 생겼다. 고시시험 보는 고시족(族)으로 노량진과 신림동의 학원가는 문전성시를 이룬다. 학생들은 어학연수와 해외봉사 등으로 이력서 스펙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과잉 학력사회가 부른 노인빈곤
얼마 전 직장 동료들과 식사를 하다가 아이비리그 대학 티셔츠를 입고 술을 드시는 노인 한 분과 합석하게 되었다. 그분은 자식들 또한 미국 명문대학을 졸업했다며 자식자랑을 하다가 “지금은 어떻게 사십니까”라고 물었더니 혼자 외로이 산다며 한숨을 내쉬셨다. “임종할 때 이기적인 자식들이 올 것 같지 않다”며 이내 푸념조로 돌변했다.
높은 교육열은 과거 고도성장의 기반이었지만 지금은 다른 사회문제와 얽혀 복합증후군을 유발하고 있다. 교육비 부담이 너무 높아 노인빈곤화로 이어진다. 이공계 등 실용학문 기피현상을 유발해 교육투자의 비효율성을 증폭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서 추진하는 학원 야간수업 금지, 세금포탈 적발은 근원적 해법이 될 수 없고 바위에 계란 던지기 같아 보인다.
인적자원 정책이 시장을 유도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원자들이 만드는 스펙에 안주하는 편의주의와 획일주의에 빠져 있다. 산업, 고용과 연계된 종합적인 시각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셋째, 정부는 대학생 총원 조절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상당수 전문계 고교가 본연의 전문교육을 소홀히 하고 대학진학에 매달리는 파행도 대학의 과잉공급이 빚은 부작용이다. 경쟁력 없는 학교의 퇴출은 용이해져야 한다. 대학총원 조절 없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마이스터고교도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
진로탐색 종합 인프라 갖춰야
넷째,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청년 일자리를 확보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인도의 정보기술(IT) 인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청년인력의 해외 진출이 활성화하면 청년일자리 부족 문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 몇 년 전 미국이 간호사 인력을 한국에 요청했을 때도 간호사는 많아도 영어 잘하는 간호사는 부족했다. 산업, 고용, 교육이 연계된 종합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국내에서 취직 못한 청년들의 해외취업을 국가가 알선해 온 단편적인 정책의 결과이다.
조준모 객원논설위원·성균관대 교수·경제학 trustcho@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