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전환 논의 급물살여야 모두 ‘폐지론’ 공감국회 법통과 가능성 높아安교과 “정부방침 12월 결정”“글로벌 인재 키워왔다”반발도 거세 진통 겪을듯
해가 갈수록 외국어고에 대한 열풍이 거세지며 외국어고와 입시 학원들이 여는 입시설명회는 학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성고에서 열린 서울 지역 6개 외국어고 입시 합동설명회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참여정부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외고 폐지’ 카드는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는 이번 정부에서 오히려 부각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아닌 국회가 이를 주도하는 형국이지만 ‘외고가 해체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처음으로 힘을 얻고 있다.
정 의원이 추진하는 외고 폐지의 시나리오는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현재 특수목적고로 돼 있는 외고를 특성화고, 그중에서도 자율고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외고’라는 명칭은 존속하겠지만 더는 우수한 신입생을 골라 뽑는 특목고가 될 수 없다. 다른 자율고와 마찬가지로 시험이 아닌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도가 자율고에 지원할 수 있는 조건을 ‘내신 50% 이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성적이 중간만 돼도 외고에 진학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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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고 전환, 가능한가? 능사인가?
정 의원은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할 경우 이르면 2011학년도부터 외고를 자율고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3의 경우 이미 입시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곧바로 전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공립은 정부 의지를 관철할 수 있겠지만 사립은 학교 재단이 원하지 않는데 강제로 전환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가 일반고를 대상으로 자율고를 공모할 때도 전환을 희망하는 학교, 재단 전입금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한 학교에 한해서만 신청을 받고 지정했다. 따라서 자율고 전환을 신청하지도 않는 사립 외고를 억지로 전환시키는 것이 가능한가에 의견이 엇갈린다. 한 외고 교감은 “학교가 거부하는데 억지로 자율고로 바꾸라고 한다면 사실상 정부가 외고 문을 닫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외고를 자율고로 바꾸면 사교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에 회의론도 있다. 외고와 더불어 우수 대학 통로로 여겨지는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 국제고, 자립형사립고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특목고 사교육 열풍이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기존의 외고 지원자가 자립고로 몰려 민족사관고나 상산고 등의 입시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예측도 있다. 또 ‘외고’의 간판을 단 자율고가 인기를 끄는 등 자율고 사이에 서열화가 진행되면 추첨 선발제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 격동의 외고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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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스스로 이런 비판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중학교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리형 문제나 영어 듣기평가를 출제해 사교육을 받아야만 입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82단위 이상을 설립 취지에 맞는 전문교과로 편성해야 함에도 국영수 위주로 편성해 입시학원 기능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의대, 약대에 가려는 학생들을 위해 자연계 진학반을 운영하거나 자연계 심화과목을 대거 편성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외고를 ‘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외고 규제가 정점에 이른 건 참여정부였다. 참여정부는 외고를 ‘부모의 학력과 경제력을 세습하는 도구’로 여겼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4년 10월 ‘특수목적고 운영 정상화 방안’을 꺼내들면서 외고에 본격적으로 날을 세웠다. 이후 수시로 실태 점검을 벌여 입시 개선, 자연계 진학반 폐지 등을 실현했다. 외고 추가 설립을 막기 위해 시도교육감의 권한인 특목고 지정권을 교육부와 사전 협의하도록 강제한 뒤 사전 협의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아이보다 더 나은 교육환경’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근원적인 욕구를 막지는 못했다.
외고의 공(功)을 인정해야 한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미국 언론이 입시 시즌이면 대원외고를 아이비리그 진학 우수 학교로 소개할 만큼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데 기여한 측면도 있다. 외고 운영자들은 “중고교 단계에서 조기 유학을 떠날 우수 인재를 우리가 붙잡고 있다”며 억울해하기도 한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