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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과열 주범”vs“수월성 교육 기여”… 기로에 선 外高

입력 | 2009-10-17 02:30:00

■ 정치권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 전환 논의 급물살
여야 모두 ‘폐지론’ 공감
국회 법통과 가능성 높아
安교과 “정부방침 12월 결정”
“글로벌 인재 키워왔다”
반발도 거세 진통 겪을듯




해가 갈수록 외국어고에 대한 열풍이 거세지며 외국어고와 입시 학원들이 여는 입시설명회는 학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혜화동 동성고에서 열린 서울 지역 6개 외국어고 입시 합동설명회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외국어고 존폐를 둘러싼 논란이 심상치 않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국정감사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의원들이 외고를 집중 성토하더니 급기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외고를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외고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외고가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대입 창구로 변질되면서 사교육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성토한다. 하지만 “수월성 교육의 통로가 차단된 상태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수준에 맞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한다’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외고의 존속 여부는 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서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 외고 폐지 현실화될까

참여정부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외고 폐지’ 카드는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는 이번 정부에서 오히려 부각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아닌 국회가 이를 주도하는 형국이지만 ‘외고가 해체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처음으로 힘을 얻고 있다.

정 의원이 추진하는 외고 폐지의 시나리오는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현재 특수목적고로 돼 있는 외고를 특성화고, 그중에서도 자율고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외고’라는 명칭은 존속하겠지만 더는 우수한 신입생을 골라 뽑는 특목고가 될 수 없다. 다른 자율고와 마찬가지로 시험이 아닌 추첨으로 학생을 선발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시도가 자율고에 지원할 수 있는 조건을 ‘내신 50% 이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성적이 중간만 돼도 외고에 진학할 수 있는 셈이다.

교육계에서는 외고 폐지가 의원 주도로 이뤄지고 있지만 상반기에 있었던 학원 심야교습 제한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에는 정 의원이 주도한 개정안에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의원들조차 동조하지 않아 무산됐지만 이번에는 국회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여야 모두 외고 폐지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에 개정안이 손쉽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교과부 역시 학원 심야교습 제한 당시와는 달리 별다른 반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6일 국정감사에서 자율고 전환 여부를 검토해 12월에 교과부의 방침을 내놓겠다며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 자율고 전환, 가능한가? 능사인가?

정 의원은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할 경우 이르면 2011학년도부터 외고를 자율고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중3의 경우 이미 입시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곧바로 전환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육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공립은 정부 의지를 관철할 수 있겠지만 사립은 학교 재단이 원하지 않는데 강제로 전환시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가 일반고를 대상으로 자율고를 공모할 때도 전환을 희망하는 학교, 재단 전입금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한 학교에 한해서만 신청을 받고 지정했다. 따라서 자율고 전환을 신청하지도 않는 사립 외고를 억지로 전환시키는 것이 가능한가에 의견이 엇갈린다. 한 외고 교감은 “학교가 거부하는데 억지로 자율고로 바꾸라고 한다면 사실상 정부가 외고 문을 닫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외고를 자율고로 바꾸면 사교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에 회의론도 있다. 외고와 더불어 우수 대학 통로로 여겨지는 과학고와 과학영재학교, 국제고, 자립형사립고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특목고 사교육 열풍이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기존의 외고 지원자가 자립고로 몰려 민족사관고나 상산고 등의 입시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예측도 있다. 또 ‘외고’의 간판을 단 자율고가 인기를 끄는 등 자율고 사이에 서열화가 진행되면 추첨 선발제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 격동의 외고 25년

대원외고와 대일외고를 필두로 외국어고가 설립된 지 사반세기가 흐른 동안 외고는 숱한 논란과 우여곡절의 중심에 서 있었다. 외고는 당초 고교평준화의 획일성을 보완하기 위해 ‘각종학교’로 도입됐다. 초기에는 외국어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주로 진학해 경쟁이 과열되지 않았다. 하지만 점차 일반고보다 우수한 입학생이 몰리고, 또 강도 높은 교육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레 명문대 진학률이 높아졌다. 명문대로 가는 열쇠로 여겨지자 점점 더 뛰어난 학생이 몰리고, 치열한 입학관문을 뚫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외고가 대입 전초기지로 바뀐 셈이다.

외고 스스로 이런 비판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중학교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리형 문제나 영어 듣기평가를 출제해 사교육을 받아야만 입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82단위 이상을 설립 취지에 맞는 전문교과로 편성해야 함에도 국영수 위주로 편성해 입시학원 기능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의대, 약대에 가려는 학생들을 위해 자연계 진학반을 운영하거나 자연계 심화과목을 대거 편성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외고를 ‘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외고 규제가 정점에 이른 건 참여정부였다. 참여정부는 외고를 ‘부모의 학력과 경제력을 세습하는 도구’로 여겼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4년 10월 ‘특수목적고 운영 정상화 방안’을 꺼내들면서 외고에 본격적으로 날을 세웠다. 이후 수시로 실태 점검을 벌여 입시 개선, 자연계 진학반 폐지 등을 실현했다. 외고 추가 설립을 막기 위해 시도교육감의 권한인 특목고 지정권을 교육부와 사전 협의하도록 강제한 뒤 사전 협의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아이보다 더 나은 교육환경’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근원적인 욕구를 막지는 못했다.

외고의 공(功)을 인정해야 한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미국 언론이 입시 시즌이면 대원외고를 아이비리그 진학 우수 학교로 소개할 만큼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데 기여한 측면도 있다. 외고 운영자들은 “중고교 단계에서 조기 유학을 떠날 우수 인재를 우리가 붙잡고 있다”며 억울해하기도 한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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