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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이소연]‘우주인 회의’ 한국개최를 꿈꾸며…

입력 | 2009-10-15 02:58:00


지난해 비행을 마친 직후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는 전임 우주인이 우주탐사자협회(ASE·Association of Space Explorers)에 대해 설명하며 나도 가입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후 ASE로부터 가입초청 서신을 받았다. 우주비행 경험이 있는 사람만 가입이 가능하기에 영광이었고 흥분됐다. ASE는 회원이 만나서 정보를 공유하고 친목을 도모하도록 매년 각국을 돌면서 회의를 하는데 작년에는 미국 시애틀에서 열렸다. 가입 이후 첫 회의라 너무나도 참석하고 싶었지만 국내의 많은 일정으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올해는 4∼9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렸다. 나는 한국의 우주관련 활동과 나의 비행에 대해서 간단히 발표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드디어 체코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추석연휴가 출장과 겹쳤음에도 우주인 선배를 만난다는 흥분에 전혀 아쉽지 않았다. 대회가 개최되는 호텔에 하나둘 도착하는 우주인을 만나 인사했다. 한 분 한 분이 모두 세계 우주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단한 선배였다.

어느 행사에서나 마찬가지로 모두 한자리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일로 시작했다. ‘과연 어디서 이렇게 많은 우주인과 한자리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이번 회의에는 중국 우주인이 처음으로 참가했는데 바로 중국 최초 우주인인 양리웨이였다. 최초로 참석하는 중국 우주인이라서인지 나뿐만 아니라 많은 분의 관심이 대단했다. 한편으로 영어나 러시아어를 배우지 않고 우주에 갈 수 있었다는 사실이 부럽기도 했다.

매년 모여 정보 나누고 강연회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하는 개최국에 보답하기 위해 몇몇 세션은 참가 신청을 한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연 및 질의응답을 하도록 했다. 사실 이토록 많은 우주인을 한자리에서 만나기도, 경험을 생생하게 듣는 일도 쉽지 않아서 ASE 회의는 개최국의 학생이나 우주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도 소중한 기회가 될 것 같았다. 나 또한 프라하에서 2시간 반 정도 떨어진, 체코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브르노를 방문하게 됐다. 함께 방문한 15명 정도의 우주인이 여러 그룹으로 나눠 과학관 천문대 학교를 방문했다.

나와 함께 체코 기술대학을 방문한 우주인은 제이크 간이라는 77세의 까마득한 선배였다. 더욱 놀라웠던 점은 솔트레이크시티 시장과 미국 상원의원을 지낸 후 우주비행을 했다는 사실이다. “계산을 해보니 소연이 9세 때 내가 비행을 했었네…”라면서 껄껄 웃는데, 정말이지 내가 한없이 작게만 느껴졌다. 어느 나라에서든 처음으로 우주에 다녀온 사람이라는 사실이 좋은 점도 많지만, 힘들고 어려운 점도 많다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회의 마지막 날 차기 개최국 관련 회의를 하는데 내년에는 말레이시아가, 그 이후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개최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하자 많은 참석자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바로 옆에 앉은 우주인이 “우리가 한국도 한번 가볼 수 있을까? 다들 같은 생각인 것 같은데…”라고 했다. 나 또한 회의 내내 한 번쯤은 한국에서 개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 있는 날이 오겠죠”라고 대답하면서 또 하나의 숙제를 받은 듯한 느낌이었다. 여기 모인 우주인뿐만 아니라 한국에 있는 모든 사람이 노력해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을 느꼈다.

세계 우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을 올려다보며 감탄을 하자니 제이크가 한마디 덧붙였다. “난 자네의 젊음이 부럽네. 자네가 가진 젊음을 지금 가질 수만 있다면 지금 가진 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네. 우릴 너무 부러워하지는 말게….” 사실 처음 다같이 모여서 사진을 찍을 때 회원 중 내가 가장 젊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었다. 내 발표가 시작되기 전에 좌장이 나를 소개하면서 “소연은 여기 모인 우리 모두가 다 태어난 이후에 태어난 사람이기도 하죠”라고 했다.

청소년에게 소중한 기회줘야

회의가 끝날 무렵 모두가 내 등을 토닥이면서 “이제 혼자가 아니란 걸 알겠지? 힘내!”라고 했다. 우주인이라는 사실이 참 영광스럽고 고맙고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지만 여러 면에서 아직은 부족한 나에게 어려움이 많았는데 우주인 선배들은 나를 너무나 잘 이해하는 듯해서 좀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젊은 나를 인자하게 바라보는 그분들의 눈빛은 나에게 자극이 되었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이번 ASE 회의는 내 인생에서 또 한 번의 소중한 순간이었다.

이소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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