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분 별로다. 날씨가 흐린 탓일까… ㅠㅠ"
"일이 너무 바빴던 하루. 지친 나에겐 휴식이 필요해."
당신의 블로그에 이 같은 게시물만 잔뜩 올라와 있다면 스스로 '미포머(Meformer)족'이 아닐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포머족이란 트위터, 미니홈피 등 소셜네트워킹사이트나 블로그에 자신의 사생활과 즉흥적인 감정 등 개인적 게시물만 올리는 누리꾼을 지칭한다.
미포머는 미국 러트거스대 연구진이 최근 트위터 유저 3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만든 신조어다. 영어로 '나'를 의미하는 '미'(Me)와 '정보 제공자'라는 뜻의 '인포머'(Informer)가 합쳐진 말이다.
미포머족은 정보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알리는 일에만 열중한다. 뉴스 링크나 요리법 등 다른 누리꾼에게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인포머'(Informer)에 대조적인 개념이다.
러트거스대 연구진은 트위터 게시물을 9가지 유형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이용자의 80%가량이 미포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며 인터넷의 강점인 정보 교류를 충실히 이행하는 이용자는 20%에 불과했다.
미포머족은 주로 "오늘 너무 힘들다" "새 휴대폰 샀다" 등 신변잡기적 내용과 "내 블로그를 방문해 보세요"처럼 자신과 관련된 홍보, 개인적인 감상을 적는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나 블로그를 나르시시즘(자기애)적 욕구를 채우는데 활용하는 누리꾼이 많다는 얘기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정보로서 가치가 없는 개인적 감정이나 의견을 늘어놓는 누리꾼도 일종의 미포머족이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상에 다양한 정보가 넘쳐나면서 미포머와 인포머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적지 않다. 개인적인 일상을 담은 게시물이 유용한 정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음식 맛이 뛰어난 레스토랑에 다녀온 뒤 자신의 감상과 함께 상호와 주소, 연락처, 메뉴 등 정보를 블로그에 남겼다면 인포머에 해당한다. 하지만 음식을 앞에 두고 찍은 자신의 사진만 게시한다면 미포머가 되는 식이다.
미포머족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데 열중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큰 호응은 얻지 못한다. 러트거스대 연구진은 미포머의 트위터 친구, 회원이 인포머에 비해 절반 이하인 것으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교류의 폭이 좁다고 밝혔다.
미포머족은 정보교환과 의사소통이 중요한 인터넷상에서 다른 이용자에게 불필요한 자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선 환영받지 못한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들이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