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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외교로 되레 힘 약화” 美 ‘새로운 리더십’ 천명

입력 | 2009-09-24 02:56:00


■ 오바마, 일방주의 포기… 세계 각국의 ‘책임과 참여’ 강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미국의 새로운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군사력을 앞세운 힘의 외교가 결과적으로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시켰다는 판단 아래 동맹국과의 긴밀한 협의, 소프트파워와 군사·경제력을 결합한 ‘스마트 파워’ 외교를 주창해 왔다. 그리고 취임 9개월여 만인 23일 유엔이라는 국제무대에서 ‘대화와 접촉의 새 시대(a new era of engagement)’를 공식 선언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열어가자고 호소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향하는 새로운 국제질서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책임과 참여’다. 미국이 단독 주도권을 포기하는 대신 전 세계(실제론 G20 회원국 등 주요 국가)가 각자의 몫에 맞는 책임감을 갖고 국제문제 해결에 기여해 달라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연설에서 “미국은 다양한 국제문제를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많은 심각한 도전은 전 세계가 공동으로 대처해야 풀릴 수 있다”며 “과거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난했던 사람들도 더는 가만히 앉아 미국이 문제를 홀로 해결하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세계 이슈의 심각성을 보는 시각은 근본적으로 전임 미국 대통령들과 다르지 않다. 그는 “극단주의자들은 세계에 테러의 공포를 심고 있고, 만성적인 분쟁은 끝을 모르고 진행되고 있으며, 더 많은 국가가 핵무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한편 기아와 빈곤 및 질병의 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앞으로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기후문제 등 다양한 국제문제에서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과 우방국들에 ‘책임 있는 주주’로서의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아프가니스탄전쟁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의 추가 지원 설득 노력도 더 강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기후변화정상회의, 23일 유엔총회,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24∼25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주도하면서 다자외교 지도자로서 면모를 과시하는 동시에 미국을 방문한 주요국 지도자들과 잇달아 양자회담을 가졌다. 그는 23일 오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와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현안을 논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일 관계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며 양국의 경제적 번영과 안보의 초석”이라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도 “미국과의 관계가 그의 정책의 ‘핵심 기둥’”이라며 “미국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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