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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방해될까봐 전화도 자주 못해” 연아의 ‘기러기아빠’

입력 | 2009-08-12 02:50:00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묵묵히 뒤에서 한 소녀를 도와주는 내용의 ‘키다리 아저씨’라는 소설이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19·고려대)에게도 ‘키다리 아저씨’가 있다. 바로 아버지 김현석 씨(52)다.

11일 인천국제공항. 새벽인데도 김연아를 맞이하기 위해 300여 명의 팬과 취재진이 몰렸다. 누구보다 김연아의 귀국을 손꼽아 기다렸던 김 씨도 인파 뒤에서 서성였다. 가끔 목을 빼고 게이트를 바라봤다. 그는 이날 경기 군포시 집에서 차를 몰고 왔다. 김 씨는 “이번에는 연아 얼굴이라도 제대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52)는 딸을 세계적인 피겨 스타로 키워낸 일등공신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반면 김 씨는 언론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김 씨는 그동안 김연아의 전지훈련비, 코치비 등 엄청난 비용을 감당해내며 딸의 선수생활을 지원했다. 드러나지 않는 것에 섭섭할 법도 하지만 그는 “연아가 유명인이지 내가 유명인은 아니다”고 말했다.

딸과 아내가 훈련 때문에 캐나다 생활을 하면서 ‘기러기 아빠’가 된 지 4년째. 그는 “가끔 궁금해서 딸에게 전화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훈련에 방해가 될까 봐 연락하지 않는다. 무소식이 희소식이 아닐까 싶다”며 웃었다. 40분가량 비행기가 연착된 끝에 마침내 김연아가 게이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씨는 멀리서 환하게 웃으며 손짓을 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알아보지 못한 듯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김연아와 어머니 박 씨는 미리 준비된 버스를 타고 숙소인 호텔로 향했다. 멀리서 딸의 모습을 바라만 보던 김 씨는 쓸쓸히 주차장으로 향했다. 17일까지 김연아가 한국에 머무는 동안 김 씨가 딸을 제대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키다리 아버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인천=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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