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톰."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 관계자라면 누구나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올 것 같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60세 노장 톰 왓슨(미국)이 세월을 거스르는 듯 사흘 내내 선두권을 질주하며 진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어서다. 세계 랭킹 1위 타이거 우즈(미국)가 컷 통과에 실패한 가운데 세계 랭킹 1350위 밖인 왕년의 스타 왓슨은 주름이 깊이 팬 눈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3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마쳤다. 그는 이번 대회 우승 여부에 상관없이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977년 왓슨과 우승을 다퉈 준우승에 머문 잭 니클라우스(69·미국)는 "그의 경기를 보다 눈물이 나왔다"고 감개무량해 했다.
이 대회에서 5차례 우승한 왓슨은 18일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턴베리 에일사코스(파70)에서 열린 3라운드에서 강한 바람 속에 1타를 잃었지만 4언더파 206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16번 홀(파3)에서 12m 버디 퍼트를 넣은 데 이어 17번 홀(파5·559야드)에서는 2온에 성공한 뒤 가볍게 버디를 낚았다. 관중석을 향해 파도 응원을 유도하는 여유를 보인 왓슨은 "첫 날 사람들은 '웬 노인이 반짝하는군'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며 다음날은 '저러다 말겠지'라고 했겠지만 오늘은 '이 늙은이가 우승도 할 수 있겠는데'라는 말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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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는 2라운드에서 4오버파 74타로 부진해 합계 5오버파 145타로 커트라인에 1타가 부족해 보따리를 쌌다. 우즈가 프로 전향 후 메이저 대회에서 컷 탈락한 것은 2006년 부친 사망의 슬픔 속에 출전한 US오픈 이후 두 번째이다. 일반 대회를 합쳐도 5번째에 불과할 만큼 우즈의 중도 탈락은 충격이다. 날씨가 화창했던 1라운드에서 1오버파 71타로 부진했던 게 결국 발목을 잡았다. 관심을 모았던 최경주와 앤서니 김, 이시카와 료(일본)도 모두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