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중부하늘 구멍뚫린 날

입력 | 2009-07-10 02:57:00

중부지방에 폭우가 쏟아진 9일 오후 1시 24분경 서울 송파구 잠실동 현대아파트 101동 앞 지상주차장 아래 지하 공간이 무너져 내렸다. 그 바람에 지상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 2대가 10m 아래로 추락했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연합뉴스


어제 홍천 229-서울 190mm 등 강풍 동반한 폭우
항공기 120여편 결항-지연… 붕괴-침수 피해 속출

장마전선이 하루 종일 중부지방에 머무르면서 9일 서울, 경기, 강원 지역에 최고 2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강풍을 동반한 많은 비로 곳곳에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잇따랐고 일부 도로도 통제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 하늘에 구멍 뚫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현재 강원 홍천에는 229.5mm의 강수량이 기록돼 이날 하루 동안 전국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 관측이 시작된 후 홍천 지역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던 1990년 9월 11일의 276.0mm에 근접한 양이다. 이어 강원 춘천이 200.5mm, 서울이 190.0mm로 많은 비가 왔다. 특히 서울 지역은 한때 시간당 43.5mm의 집중호우가 내리기도 했다. 두 지역의 하루 강수량 최고기록은 각각 308.5mm(1991년 7월 25일), 354.7mm(1920년 8월 2일)다.

서울의 경우 이날 오전 한 시간에 10∼20mm씩 내리던 비가 정오부터 강해지면서 오후 3시까지 3시간 동안 99.0mm의 장대비를 쏟았다. 서울 하루 강수량 중 52.1%에 해당하는 양이다.

빗줄기가 거세지자 기상청은 오전 11시 50분경 경기 동두천, 강원 홍천 등 6개 지역에, 12시 20분경 경기 과천, 강원 춘천 등 5개 지역과 서울 전 지역에 호우경보를 발효했다. 이후 오후 5시를 넘어가면서 빗줄기가 약해지자 오후 5시 반경 서울, 경기 지역의 호우 경보를 해제한 데 이어 오후 7시에는 전국의 모든 호우주의보와 경보를 거뒀다.

○ 인명·재산 피해 잇따라

이번 비로 크고 작은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오후 1시 반경 강원 철원군 갈말읍 문혜리 도로에서 군인 6명이 타고 있던 무쏘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병사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디지털중앙도서관에서는 오후 1시 16분경 가로 10m, 세로 3m 크기의 천장 마감재가 떨어지면서 청소부 4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기 가평군 청평면 대성리 계곡에서는 주민과 나들이객 11명이 고립됐다가 모두 구조됐다.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에서는 지하차로가 침수돼 차로 이 길을 지나던 탑승자 10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땅이 꺼지거나 건축물이 무너지기도 했다. 오후 1시 24분경 서울 송파구 잠실동 현대아파트 101동 앞 지상 주차장 가로 세로 각각 10m 넓이의 땅이 무너지면서 승용차 2대가 함께 추락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무너진 지반과 떨어진 승용차가 바로 아래 기계실을 덮쳐 이 아파트 단지의 전기와 수도 공급이 모두 끊겼다. 경기 화성시 반송동에서는 공사 중인 빌딩 외벽의 건축자재 일부가 강풍에 추락해 가로등과 주차 중인 차량 일부가 파손되는 사고가 났다.

교통도 곳곳에서 통제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동부간선도로 양방향 전 구간이 오후 1시 25분부터 전면 통제됐다 오후 7시 40분 풀렸다. 오후 4시부터 춘천댐, 의암댐, 청평댐, 팔당댐 수문을 열고 초당 315∼1825t의 물을 방류하면서 한강 수위가 높아지자 잠수교도 오후 6시 15분경 보행자 통행이, 오후 8시 20분경에는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항공기 운항도 차질을 빚어 김포공항에서는 출발, 도착편 총 34대가 결항됐고 70여 편의 항공편이 지연됐다. 인천공항도 3시간 이상 지연된 항공기 3대를 포함해 20여 편의 항공기의 출발이 늦어졌다.

부산, 인천, 목포 등을 오가는 29개 항로와 일부 국립공원의 119개 탐방로도 안전을 위해 한때 모두 통제됐다. 수위가 평소보다 크게 높아진 청계천의 산책로도 모두 막혔다.

폭우가 쏟아짐에 따라 각 기관은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소방방재청 중앙재난대책본부는 오전 7시부터 호우특보가 내려진 중부지역의 비상근무체제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강화했다. 대전, 경기 등 지방자치단체도 총 2855명의 인력을 투입해 재해에 대비했다.

○ 내일 오전 중 그쳐… 주말 다시 장마

이번 집중호우는 중부지방으로 올라온 장마전선이 서해상에서 수증기를 많이 머금은 저기압과 만나 세력이 강해지면서 발생했다. 장마전선은 10일 오전 남부지방에 약한 비를 뿌리면서 남해상으로 완전히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10일 오후에는 전국이 갤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기상청은 “10일 오후 늦게부터 장마전선이 다시 북상하기 시작해 11일에는 남부지방이, 12일에는 전국이 다시 장마권에 들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