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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기업, 이것이 달랐다]대림산업

입력 | 2009-05-23 02:59:00


신뢰를 재산으로 60년 넘게 ‘건설’만 팠다

이란공사때 폭격 맞고도 완공
믿음 심어 중동시장 개척 성공

국회의사당, 독립기념관, 세종문화회관, 춘천댐, 영천댐, 경부고속도로, 중부고속도로, 자유로, 영동대교, 서해대교…. 이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물과 사회간접자본(SOC)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림산업의 정신과 기술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대림산업은 단독으로, 또는 다른 건설사들과 함께 이 ‘작품’들을 만들었다.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대림산업은 한국 경제성장의 역사와 궤적을 나란히 하며 전국 곳곳에 도로와 댐, 빌딩 등을 건설했다. 1955년부터 54년간 건설사로는 유일하게 한국의 100대 기업에 줄곧 포함돼 왔다.

○ 목재상회에서 시공능력 5위 건설사로

대림산업의 모태는 고 이재준 창업주가 1939년 10월 인천 부평구의 한 초가를 매입해 문을 연 ‘부림상회’다. 목재업을 하던 부림상회는 1947년 대림산업으로 이름을 바꾸고 주업종도 건설업으로 전환했다. 삼림이 북한에 집중돼 있어 목재업은 한계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대림은 196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경제개발에 동참했다. 1966년 베트남에서 항만 공사를 맡아 해외에서 외화를 벌어들인 1호 건설사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란 등 중동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1970, 80년대에는 단순 토목 건축공사보다 석유화학 및 가스프로젝트 발전소 등에 주로 참여해 ‘플랜트 건설=대림’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국내에서는 울산항 항만, 한국비료공장, 광화문 지하보도, 포항제철(현 포스코) 설비 등 굵직굵직한 공사를 깔끔하게 처리해 기술력을 입증했다.

대림은 2008년 종합시공능력평가액 5위로 지난해 매출은 5조5922억 원, 영업이익은 3893억 원이다. 수주액은 8조2324억 원으로 이 가운데 해외수주액이 3조4726억 원이다. 직원은 3353명에 이른다.

○ 뚝심 있게 한발 한발

대림이 성장하는 과정에는 시련도 많았다. 1945년 광복을 맞이했지만 38선이 그어지면서 북한에 있던 크고 작은 벌목장을 비롯해 모든 부동산을 몰수당했다. 전 자산이 사실상 사라졌지만 남한에서 입목지를 사들여 재기에 나섰다. 재기의 기틀을 다질 무렵 6·25전쟁이 일어나 본사나 다름없었던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지점이 폭격을 맞아 모두 파괴됐다. 각지의 건설 및 원목 생산 현장도 작업이 중단되고 재산을 도둑맞는 등 또다시 대부분의 자산을 잃었다. 하지만 피란지였던 부산에서 피란민 수용소를 짓는 일부터 시작해 각종 정부 발주 공사를 수주하는 등 전후 재건사업에 뛰어들며 다시 일어섰다.

대림이 해외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데에는 기술력과 함께 끈기와 신뢰의 몫도 컸다. 1988년 6월 이란의 가스정제 공장을 시공하던 당시 이라크군의 폭격으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 1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으며 19명이 중상을 입었다. 재산 손실도 컸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림은 공사를 끝까지 마쳤다. 이를 통해 이란 정부의 신뢰를 얻었고 이후 화력발전소, 댐 등 이란의 주요 공사를 도맡아 수주했다.

국내에서는 1986년 8월 개관을 11일 앞두고 마무리공사가 한창이던 독립기념관(충남 천안시) ‘겨레의 집’에서 불이 나 건물 중앙 일부분과 바닥, 석재 등이 파손됐다. 국민들의 성금을 모아 지은 독립기념관이었기 때문에 당시 사회적 충격이 상당했다. 대림은 일간지를 통해 사죄하는 한편 성금은 일절 받지 않고 복구비용을 모두 자체 부담해 공사를 완료했다.

○ 친환경 기술 선두주자

현재 대림은 친환경 기술에서 앞서 나가는 건설사로 꼽힌다. 2000년 아파트 브랜드 ‘e편한세상’을 선보인 뒤 실용성을 강조한 친환경 아파트를 건설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건축의 주요 목표를 친환경 저에너지로 설정해 아파트 건축에 적용 중이다. 2005년에는 m²당 연간 3L의 연료만으로 냉난방을 해결하는 ‘3L하우스’ 기술을 개발했다. 이어 지난해 4월 분양한 울산 중구 유곡동 유곡e편한세상을 시작으로 냉난방에너지 사용량을 30% 줄인 에너지 절약형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다. 대림은 올해 ‘70년의 힘으로 새로운 미래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계속 진화하는 건설사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대림산업 약사(略史):

―1939년 이재준 창업자 ‘부림상회’ 설립

―1947년 대림산업으로 사명 변경

―1966년 베트남 진출로 ‘해외건설 외화획득 1호 기업’ 기록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 정유공장 보일러 설치공사로 중동 진출

―1975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유공사로 아프리카 진출

―1980년 국내 최초 건설기술연구소 설립

―1984년 해외건설 50억불탑 수상

―2000년 e편한세상 브랜드 첫선

―2008년 냉난방에너지 30% 절약형 아파트 분양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