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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봉 씨 “오지 찾는 해외봉사단 ‘한국’을 입고 갑니다”

입력 | 2009-05-06 02:58:00

해외봉사단 ‘월드프렌즈코리아’의 단복 디자인을 맡은 이상봉 씨. 이 씨는 “제각각이던 봉사단복에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입혀 거부감 없이 한국을 받아들일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한글 무늬’ 단복 만드는 디자이너 이상봉 씨

“이번 패션쇼는 화려한 조명 밑 무대가 아닌 오지(奧地)에서 열립니다. 팔등신 미녀 모델 대신 낯선 이웃에게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대한민국 젊은이가 모델입니다.”

한글서체를 패션 소재로 사용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디자이너 이상봉 씨(사진).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이상봉 본사에서 만난 그는 해외봉사단 ‘월드프렌즈코리아’ 단복 디자인을 위한 막바지 작업으로 분주했다. 월드프렌즈코리아는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 행정안전부 인터넷봉사단, 교육과학기술부 대학생봉사단 등으로 나뉘어 있던 정부 주도 해외봉사단을 하나로 묶은 통합브랜드다. 마침 국가브랜드위원회에 자문역을 하던 이 씨가 월드프렌즈코리아의 첫 단복을 디자인하게 됐다.

“매년 2000∼3000명에 이르는 젊은이가 전 세계 오지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젊은이들은 한국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훌륭한 플랫폼이죠.”

이 씨는 월드프렌즈코리아 단복을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입혀 상대방이 거부감 없이 한국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중간 단복 디자인 도안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하얀 옷감에 한글 서체의 흘림을 살린 디자인은 올곧고 평화로운 이미지를 떠오르게 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디자인보다 기능성이다. 이 씨는 “아무래도 파견국 대부분이 더운 나라이다 보니 땀을 잘 흡수하고 빨리 마르는 옷이 좋다”며 “출국, 귀국할 때만 입는 옷 대신 봉사활동 중에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글이나 조각보, 태극문양 등 한국적 소재를 디자인에 접목해 유명해졌다. 최근에는 찻잔, 휴대전화, 속옷, 담뱃갑, 침구, 아파트 등으로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요즘 잘나가는 디자인에는 이상봉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여러 기업과의 협업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각종 봉사단체에서 한글서체를 살린 디자인을 요청해오면 기꺼이 응한다. 이 씨는 “한글 패션으로 대중적 사랑을 받은 만큼 내 손을 원하는 곳이면 어떻게든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