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존경하는 전국시대의 명장 다케다 신겐의 승부론이다.
김인식 야구를 보면 지는 경기는 너무 쉽게 진다. 연패 땐 대책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김 감독은 적어도 겉으론 태연자약하다.
김인식 리더십의 승부론은 ‘얼마나 많이’가 아니다. ‘언제’란 타이밍에 방점이 찍힌다. 승부처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경지다.
‘정치의 달인’ JP는 “인내란 인내할 수 없는 것을 인내하는 것”이라 했다. 맞수인 SK 김성근 감독은 평한다. “움직일 줄 알았는데 안 움직인다. 그래서 김인식이 어렵다.”
김 감독은 한 삽 한 삽 꾸준히 떠서 굴을 파지 않는다.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해놓고 한 방에 터뜨리는 쪽이다.
이 방식은 화끈하지만 매우 위험하다. 실패하면 파묻힐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화약더미가 터질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력, 타이밍이 오면 지체 없이 불을 질러 버리는 천부적 배짱을 지니고 있다.
단기전은 더욱 그렇다. 질 땐 대패해 충격을 줄이고, 이길 땐 아슬아슬하게 이겨 기세를 살린다. 다케다 신겐과 통한다.
김 감독은 도쿄라운드에서 일본전 2-14 콜드게임 패의 굴욕을 ‘감수’했다. 그래봤자 ‘1패’일 뿐이라는 것이다. (주전, 비주전 편차가 심한 한국의 전력을 감안해) 다 이기려 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틀 후 다시 만난 일본을 1-0으로 셧아웃시킬 때 김 감독은 살벌한 투수교체를 보여줬다.
타이밍이 왔다고 판단하면 목숨을 건다. ‘잘 질줄 알기에 끝내 이길 수 있는’ 김인식 스타일 승부의 미학이다.
화약이 늘 잘 붙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자주 질 수밖에 없건만 김 감독은 살아있다.
살아 남아있기 때문에 숱한 작은 실패를 만회하고도 남을 단 한 번의 큰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까지 견디는 건 순전히 김 감독의 내공이다.
CNN은 세계적 패션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one&only’라 수식했다.
김인식 리더십의 성공 비결은 단순하다. 그러나 모방이 안 된다. 그래서 김인식 리더십 역시 ‘one&only’다.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