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마로 엮은 움막엔 악취 진동… 쓰레기 팔아 생계
재개발 추진 소식에 “길거리 나앉게 될라” 걱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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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루니사 셰이크 씨(40·여)가 사는 곳은 아시아 최대의 빈민가인 인도 뭄바이 다라비. 22일 오스카상 8개 부문을 석권한 발리우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배경이 된 곳이다. 24일 AP통신은 뭄바이발 르포기사를 통해 셰이크 씨의 삶을 소개했다.
영화 수상 소식을 전후로 8일 인도 일간영자지 타임스오브인디아, 19일 영국 공영방송 BBC, 22일 캐나다 신문 글로브앤드메일 등 외신들은 영화와는 다른 신흥경제대국 인도의 그늘을 포함한 세계 슬럼가의 모습을 다뤘다.
▽“영화는 단지 꿈”=‘슬럼독 밀리어네어’는 빈민가 소년이 거액의 상금이 걸린 퀴즈대회에서 승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앞에 소개한 셰이크 씨는 가사도우미로 일주일에 600루피(약 1만8000원)를 번다. 과부인 그녀가 혼자 7명의 자녀를 돌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어른들의 힘겨운 삶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것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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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슬럼가 인구는 9억24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5억5400만 명이 인도 뭄바이와 콜카타, 파키스탄 카라치 같은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다. 인도에는 도시 인구의 25%에 이르는 6500만 명이 슬럼가에 살고 있다.
유엔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인도의 슬럼가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현지 통계에 따르면 영양실조 어린이 비율은 1999년 15.5%에서 2006년 19.1%로 오히려 높아졌고, 하루 권장 칼로리를 섭취하지 못하는 인구 비율도 농촌의 경우 75%에서 87%까지 늘었다.
‘빈곤의 도시화’로 생겨난 슬럼가에는 전기와 상수도 같은 기본시설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전염병이 돌아도 의료보험을 기대할 수 없고 아동의 노동력 착취와 교육 부족, 영양실조 문제도 심각하다.
▽빈민촌의 몸부림=현실이 영화와 다르다고 해서 이들에게 꿈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빈민촌에도 자체 생존시스템과 질서는 존재한다. 상점과 식당, 이발소 등이 모두 영업 중이고, 뭄바이 다라비의 경우 해외로 수출되는 가죽제품과 옷, 식량, 보석 등 생산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10만 명의 주민이 한 해 5억 달러에 이르는 제품을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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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는 다라비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기대감 속에서도 혜택 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주민들은 길거리로 나앉게 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