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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내 인수자만 찾다간 위기탈출 어렵다” 고육책

입력 | 2009-01-29 02:58:00


18개 기업 정부지분 해외매각 추진 배경

《정부가 18개 공기업과 공적자금 투입 회사의 지분을 외국인에게 팔기로 한 것은 국내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맞아 대규모 투자에 몸을 사리는 현실을 감안한 고육책의 성격이 짙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공기업 지분을 팔아 이를 충당해야 하는데 국내엔 투자여력이 없으므로 국제시장에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발상이다.》

실적좋은 ‘알짜 기업’ 내놔 경기부양 재원 마련

인천공항 등 공익성 사업장은 경영권 계속 유지

일자리 늘리기 위해 외국기업 대거 유치도 추진

핵심기술 유출-헐값 매각 논란 재연 가능성 부담

○ 공기업 지분 팔아 경기부양 재원 마련

10여 년 전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주도한 외자 유치 프로젝트는 ‘국내 유동성 증가 및 고용 창출→기업 투자 및 소비심리 개선→투자 및 소비 확대’라는 선순환의 시발점이 됐다.

지금은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117억500만 달러로 2007년보다 11.3% 늘어 외형상 성과가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수치는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신고한 금액일 뿐 실제 투자한 금액은 2007년 77억7000만 달러에서 2008년 79억8400만 달러로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세계투자진흥기관협회(WAIPA)가 2009년 전 세계 직접투자 규모가 15%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한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한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투자액은 신고금액 기준으로 100억 달러 아래로 줄어들 수도 있다.

이처럼 외국인 투자유치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정부는 세계 직접투자의 절반 이상이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작업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하이닉스반도체 등 실적이 좋은 매물을 국제입찰에 내놓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2007년 기준 매출액 8조4338억 원과 영업이익 2575억 원의 실적을 냈다.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과거에 비해 수익성이 많이 떨어졌지만 높은 기술력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매물이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방위산업체여서 외국자본에 지분을 팔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지분 매각을 조건으로 KAI가 개발한 고등훈련기를 해외에 팔면 수출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이점이 있어 매각 대상으로 선정됐다.

뉴서울컨트리클럽은 2007년에 매출 276억 원과 순이익 65억 원의 실적을 올린 알짜 기업이다. 현금 흐름이 좋아 매입을 원하는 외국자본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헐값 매각, 기술 유출 논란 우려

정부는 지분 매각이 끝난 뒤 너무 싼 값에 팔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거나 핵심 기술이 유출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2003년 외환은행을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매각한 것을 두고 헐값 매각 논란이 불거졌고, 최근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쌍용차 경영 포기를 놓고도 ‘기술 먹튀’ 논란이 일었다.

정부 당국자는 “‘상하이차로 쌍용차의 기술이 유출됐다’는 지적에 주목하고 있다”며 “모든 해외 자금에 문호를 개방하겠지만 중국 홍콩 대만 등 화교 자본의 유입에 대해서는 국민감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나 발전설비 정비업체인 한전KPS 등은 공익에 직결되는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사업자라는 점 때문에 인수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나 공기업이 최대 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겠지만 외국 자본이 1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 경영에 간여할 수 있는 만큼 인수자의 평판 등 비재무적 요소에 대한 평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 20개 규제 풀어 외국 기업 유치

정부는 외국 기업의 35개 주요 사업장을 국내에 유치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고용사정이 더욱 심각해질 것에 대비해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늘리기 위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인터넷업체인 구글의 데이터센터, 세계적 의료기기 제조사인 메드트로닉의 의료기기 제조시설, 자원재생업체인 영국 징콕스의 제강분진 재활용 공장 등을 유치하기로 하고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할 예정이다.

외국인투자지역 면적을 늘리거나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법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20가지 제도 개선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 자본 유치로 전반적인 투자심리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모은 외자를 즉각적인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6개월 미만의 단기 사업에 투입하는 방안을 미리 마련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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